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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차 방중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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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차 방중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메시지

입력
2018.05.09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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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의제 막판 진통

비핵화 목표 상향 등 압박에 불만

美 주도 협상판 다시 흔들어

‘中 패싱’ 탈피 4자구도 전환 의도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핵 담판’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방중(訪中) 카드를 꺼냈다. 지난 3월 말 첫 정상 외교 행선지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다녀온 지 불과 40여일 만에 다시 다롄(大連)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한 것이다. 더욱이 이미 지난 방중에서 시 주석의 방북을 초청한 김 위원장이 되레 다시 중국으로 달려간 것은 정상 외교 관례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김 위원장이 또 한 번 보인 이 같은 파격 행보는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 발표만을 앞둔 상황에서 우군 확보를 위해 ‘북중 밀월’을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 의제 설정 등을 두고 미국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미국 뜻대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초강경 대미(對美)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이 쥐고 가는 듯 했던 북핵 협상판은 결국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다시 팽팽한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자칫 저자세 외교로 비칠 수 있음에도 김 위원장이 또다시 방중 길에 오른 것은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양국 간 조율이 막판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8일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의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이라면서도 “유관 각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행동’필요성도 재차 언급했다. 대북제재 해제 등 비핵화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미국이 북한에 담보해줘야 할 부분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최근 비핵화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취임 뒤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영구적(permanent)’ 비핵화 뜻을 더한 PVID 개념을 제시하는 한편 대량살상무기(WMD)ㆍ생화학 무기 폐기까지 협상 판에 올려야 한다며 비핵화 검증 범위와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 타이밍에 중국행을 택한 것은 결국 북미 간 막판 조율이 진통을 겪고 있다는 뜻”이라며 “중국 카드를 활용해 북한 나름대로 미국에 대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봤다.

반면 북한은 전통적 북중 우호관계가 완벽하게 복원됐음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중 정상 간 회동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조중(북중) 사이 마음속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고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로 이어졌다’고 하자, 시 주석이 ‘두 나라는 변함 없는 순치(脣齒)의 관계’라고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차제에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차이나 패싱’ 논란을 해소하고 남ㆍ북ㆍ미ㆍ중 4자 구도로 전환하는 게 이익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중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채널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동행했다. 또 북한 권부 실질적 2인자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해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까지 북핵라인이 총출동했다. 수행원 면면만 봐도 이번 방중이 다분히 북미 정상회담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다롄 인근에서 열린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001A함) 시험 항해식을 계기로 시 주석을 찾은 것도 도발적 행보란 지적이다. 해양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자산 행사 참석만으로도 미중 간 경쟁에서 중국의 이익을 지지한다는 우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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