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용 차량 주행 포착도

숙소 방추이다오 도로 전면 통제
中매체, 김정은 떠난 후 방중 보도
8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방추이다오 관광구에 일반인 출입이 전면 봉쇄돼 있는 현장 사진이 올라와 있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게시글. 웨이보 캡처ㆍ연합뉴스

지난 3월 말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8일 또다시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베이징 외교가는 또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양국 정상이 만난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선 며칠째 철저한 검문ㆍ검색과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하루 앞둔 지난 6일부터 다롄은 시내 교통 통제에 들어가는 등 8일까지 사흘간 철저한 경비 태세가 계속됐다. 다롄행 열차 승객은 역무원으로부터 티켓에 빨간색 스탬프 도장을 받고 두 차례 검문을 받아야 했다. 매년 3월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베이징(北京)행 승객들이 받는 높은 보안 수준이다. 시내 주요 도로와 공항ㆍ기차역ㆍ버스터미널 등에는 방탄조끼 차림의 공안들과 이동용 경찰초소가 배치됐다.

사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동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이날 저녁이었지만, 그 이전에도 두 정상 간 만남이 확실하다고 볼 징후는 많았다. 국가공인 관광지이면서 중국 고위급 인사와 해외 주요인사들이 방문할 때 숙소이자 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방추이다오(棒槌島)로 향하는 길은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북중 정상 간의 만남이 공식 확인되기 직전 현지의 한 소식통은 “방추이다오 주변도로의 교통 통제 범위가 2㎞에서 6㎞까지 넓어진 걸 보면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회동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방추이다오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관광객과 네티즌들은 웨이보(微博) 등에 주변 교통 통제 상황을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김 위원장의 방문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다롄에서 이 정도의 교통 통제는 국가급 지도자의 방문 때에나 보는 풍경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오후에도 다롄 시내에선 중국 정부가 외국의 고위급 인사를 영접할 때 이용하는 의전용 차량 훙치(紅旗)가 국기를 달지 않은 채 주행하는 모습이 목격돼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25~28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수행원들을 위해 북한 인공기를 달지 않은 훙치 차량을 여러 대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다롄공항에 모두 2대의 북한 항공기가 머물렀던 사실도 파악됐다. 7일 오전에 도착했다가 이날 오후 4시쯤 이륙한 항공기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처럼 동체 상단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공식 국호가 새겨져 있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다롄공항에 도착한 다른 항공기는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여객기였다. 김 위원장이 다롄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는 추정이 신빙성을 얻을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한 소식통은 “어제부터 다롄공항에서 고려항공 여객기를 봤다는 얘기가 나오고 항공기 출발ㆍ도착이 한참 지연되기도 했는데 오늘 오전 8시 이후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도 하루 종일 들썩였다. 김 위원장의 방중 시점이 마침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공개가 미뤄지고 양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때여서 정치적ㆍ외교적 상징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베이징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날 오후 중국 외교부는 “현재로선 제공할 소식이 없으며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정상적인 소통과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북중 양국이 최고위급 교류시 방문국 인사가 돌아간 뒤에 공개해 온 관례에 비춰 보면 ‘현재는’이란 단서는 김 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마음이 급한 한국 등 각국 대사관과 달리 북중 밀착을 과시하게 된 중국은 느긋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 중국은 관영 CCTV의 메인뉴스와 신화통신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공개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