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홍보회사가 인수
'프놈펜 포스트'가 속한 포스트 미디어 그룹 사옥 로비의 안내 데스크 모습. 프놈펜 포스트

캄보디아의 마지막 비판언론으로 꼽히는 ‘프놈펜 포스트’가 말레이시아 홍보회사 ‘아시아 PR’에 매각됐다. 이 회사의 시바 쿠르마 대표가 33년째 철권통치 중인 훈센 총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정부 비판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는 7월 29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프놈펜 포스트는 7일 “본지 직원들은 주말이던 5일 저녁 사주로부터 프놈펜 포스트가 말레이시아 본부를 두고 있는 홍보회사 ‘아시아 PR’의 시바 쿠마르 대표에게 매각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2008년 이 신문을 인수한 빌 클로프 대표는 호주의 광산 사업자로, 프놈펜 포스트를 비롯 출판사도 운영하는 등 ‘포스트 미디어 그룹’을 이끌어 왔다.

클로프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존경 받는 사업가에게 프놈펜 포스트를 넘겨주게 돼 기쁘다”며 새 주인 시바에 대해 “언론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큰 투자자”라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진 시바 쿠마르는 말레이시아 매체 ‘이스턴 타임즈 뉴스’ 편집인을 맡기도 했다. 매각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1985년부터 캄보디아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훈센 총리가 7월 총선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비판세력과의 전쟁’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훈센 총리는 집권연장을 위해 야당 및 언론탄압을 가속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 매각건은 최근 포스트 미디어 그룹이 캄보디아 세무당국으로부터 390억달러의 세금폭탄을 맞은 뒤 나왔다. 지난해 9월에도 캄보디아에서는 정부 비판 언론으로 꼽히던 ‘캄보디아 데일리’가 630만달러의 세금폭탄을 맞고 폐간된 바 있다.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는 원칙(아세안 웨이)을 내세워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각국들이 훈센 총리의 야권, 언론탄압을 묵인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단체들은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에드 레가스피 동남아언론연합(SEAPA) 사무총장은 “통상적인 경우 언론사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편집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번 소유권 이전은 편집권 독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캄보디아 언론 자유가 종말을 고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캄보디아는 조사대상 180개국 중 142위를 차지, 이전 조사 때보다 10계단 하락했다. 캄보디아 정부와 여당은 장기 집권을 위해 제1야당과 언론에 대한 탄압을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상점에서 7일 여주인이 신문 가판대에 놓인 일간 프놈펜 포스트를 가지런히 놓고 있다. 프놈펜= AFP 연합뉴스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