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생존기간 2~4년에 불과…조기 발견하면 10년 이상 생존
특별한 이유 없이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프고, 실신하면 폐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은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약물을 먹으면 합병증 없이 일반인과 다름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폐에 생긴 고혈압은 전혀 다르다.

폐고혈압은 대표적인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압력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20~40대 환자가 많으며, 여성에게 훨씬 많이 발병한다.

국내 폐고혈압 환자는 5,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이 2~4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2~3년)과 비슷하다.

폐고혈압은 원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류마티스질환에 동반되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에 동반되거나, 정확한 원인이 없거나 등이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류마티스질환을 동반하는 폐고혈압이 가장 많고, 예후도 좋지 않다”고 했다.

선천성 심장질환과 관련한 폐고혈압은 예전엔 많았으나, 지금은 점차 줄고 있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수술로 완치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수술을 받았더라도 재발 위험이 사라지지 않기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장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폐고혈압’이다. 특별한 원인이 없고 증상도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때문에 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특발성 폐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폐고혈압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10년이 넘을 정도로 길어지지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진단이 쉽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폐고혈압 환자 중 절반가량이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진단받기까지 2년 넘게 걸렸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실제 치료받는 사람은 30%도 되지 않는다. 대개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발견된다. 이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학회ㆍ단체가 매년 5월 5일을 ‘세계 폐고혈압의 날’로 정해 병을 알리고 있다. ‘세계 폐고혈압의 날’은 30여 년 전 5월 5일, 스페인에서 독성 유채유를 먹은 어린이가 폐동맥 고혈압으로 악화돼 목숨을 잃자 폐동맥 고혈압을 널리 알리기 위해 행사하면서 정해졌다.

폐고혈압 환자는 대부분 돌연사할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조기 진단ㆍ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유 없이 숨이 찬 증상이 계속되거나 실신, 흉통이 느껴지면 반드시 심장 초음파로 폐동맥 고혈압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최정현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도 “가족 도움이 필요한 병임에도 가족이 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고 했다. 장혁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질환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질환 인지도가 그리 높지 못하다”고 했다.

‘(사)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은 올해부터 폐동맥 고혈압을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과 함께 매년 5월 5일 전후로 ‘세계 폐고혈압의 날’ 행사와 폐고혈압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계 폐고혈압의 날’을 알리기 위해 ‘(사)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이 만든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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