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김정은 건강 배려”
‘한반도 봄’ 알리려 노란색 칠 검토
유엔사 파란색 유지 방침에 무산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여분간의 도보다리 단독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영권기자

역사적인 4·27 남북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도보다리 단독밀담’ 종료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전동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뻔 했다.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까지 복귀하는 두 정상의 동선을 놓고 과체중 등으로 걸음이 편치 않은 김 위원장을 배려하기 위해 남측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세계에 파란색으로 전파된 도보다리가 노란색으로 꾸며질 뻔한 비화도 뒤늦게 전해졌다.

남북정상회담 준비 상황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6일 "두 정상 간 '도보다리 회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마친 뒤 전동카트를 이용해 평화의집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됐었다"고 밝혔다. 이는 30여분 간 단독 회담 이후 두 정상이 나란히 걸으면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추가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가던 장면을 볼 수 없을 뻔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관계자는 "긴 거리는 아니지만 혹시 김 위원장이 힘들어할 것을 염려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도보다리는 평화의집과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건물 사이에 놓여 있으며 약 50m 길이다. 원래 성인 2명이 나란히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았으나 회담을 앞두고 확장 공사를 했다.

김 위원장이 회담 당일 숨을 가쁘게 몰아 쉬는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처음 판문각에서 모습을 드러내 군사분계선(MDL)에 도달하기까지 약 200m 구간에서도, 또 평화의집 계단을 올라 1층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도 숨이 찬 듯해 보였다. 계단을 오를 때 왼쪽 다리를 특히 심하게 저는 모습이 과거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당초 도보다리 색으로는 노란색이 검토됐다. 정부 관계자는 “도보다리 확장 공사 과정에서 정부는 노란색으로 다리를 덧칠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공동경비구역(JSA)를 관할하는 유엔사령부(유엔사)에서 원래 색깔인 파란색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도보다리는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도 불리지만 ‘블루 브리지(Blue Bridge)’라고도 불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도보다리를 파란색으로 덧칠했다고 설명하며 “중감위 관계자가 ‘(도보다리 색에 대해) 유엔의 색이기도 하지만 한반도기 색이기도 하다’고 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노란색을 고려한 이유는 희망과 중립을 상징하는 색이면서, 동시에 남북 대화 재개와 함께 강조해온 ‘한반도의 봄’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정상회담 장소가 유엔사 관할구역인 판문점인 탓에 유엔사와 하나하나 상의하며 결정했다”며 “양측 간 협조가 굉장히 잘 이뤄졌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산책한 판문점 도보다리가 유엔사령부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덧칠 돼 있다. 고영권 기자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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