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알렸다가 해고ㆍ징계 증가
3년간 548건 중 달랑 3건 인정
노동위 “사업주, 근무태만 등 맞서
절차 문제 없으면 인정 어려워”
“노동위 소관 사무에 추가해
사업주가 입증 책임 지게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알렸다가 해고나 징계, 폭언 등 2차 피해에 시달린 사례는 지난 3년간(2015~2017) 알려진 것만 548건. 하지만 이 기간 노동위원회에 관련 구제신청을 한 경우는 단 3건, 0.5%에 그쳤다. 사법기관을 제외한다면 노동위원회가 2차 피해를 구제해줄 사실상 유일한 기구이지만, 높은 문턱 탓에 섣불리 찾아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6일 한국여성노동자회의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중 2차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2015년 34.0%(155건)에서 2016년 42.5%(166건), 그리고 2017년 63.2%(227건)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앙노동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관련 부당해고ㆍ징계 등의 구제신청은 3건에 불과했다. 현재 직장 내 성희롱 2차 피해 구제는 양성평등기본법(공무원)과 남녀고용평등법(근로자)에 따르고 있지만 둘 다 유명무실하다. 양성평등기본법은 2차 피해 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지만 벌칙 조항이 없고, 남녀고용평등법에는 고용노동부의 기소를 통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도록 했으나 2016년까지 단 2건의 기소만 이뤄졌다. 사법적 구제 통로가 비좁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노동위원회의 행정적 구제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문턱이 높아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위원회의 미온적인 태도다. 고용노동부에서 성희롱으로 입증이 된 경우 부당해고로 인한 원직 복직, 징계 철회 등의 여부는 노동위원회에서 별도로 따져봐야 하는데, 인과관계 인정에 매우 소극적이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근로자는 성희롱을 알려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나 사업주 측에선 근무태만이나 그 밖의 근거로 정당했다고 맞서 여러 측면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며 “해고 절차 상 문제가 있지 않다면 부당해고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했다. 성희롱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데, 그것이 2차 피해로 이어졌음을 인정받는 건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46.8%)가 30인 미만의 기업에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고용이 불안한 처지라 구제 신청 자체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이가희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최근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업무배제 등 각종 징계를 했다가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징계로 인정받고, 5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피해자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영세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이처럼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위원회의 소관 사무에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판정 등의 업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법에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등의 노동관계법만 노동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해 직장 내 성희롱 2차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위원회 소관 사무에 이를 추가해 입증 책임을 사업주가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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