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완주 결혼문화협동조합 이사장

초기엔 ‘그림 같은 집’ 유행
장식·식사비 등 호텔 수준 비용
최근 공원·고급 음식점 활용 많아
점심식사 예약하면 공짜 대관도
하객 줄여도 비용 큰 차이 없어주말ㆍ점심ㆍ교통 등 하나만 포기를 
조완주 서울시결혼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은 “성공적인 결혼식을 올리려면, 스몰 웨딩에 관한 막연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용산 가족공원에서 야외 결혼식을 꿈꾼다면 우천 시 천막을 치고도 야외 결혼식 올린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웨딩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신랑 신부가 주례사를 듣는 ‘신식 결혼식’이 국내에 일반화된 건 1960년대 상업 예식장이 급속도로 늘면서부터다. 이후 주례사 낭독과 사진촬영, 폐백과 하객 식사가 패키지로 구성된 ‘예식장 결혼식’이 반세기 한국의 결혼식 문화로 자리 잡았고, 무리한 예단 등은 대표적인 허례허식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강남 역세권의 유명 예식장 두 곳이 문을 닫으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하객 300인 이상의 결혼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를 기록한 혼인율(2017년 기준 1,000명당 5.2명)과 규모가 작은 대신 차별화된 결혼식, 이른바 ‘스몰 웨딩’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조완주 서울시결혼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은 “업계가 스몰 웨딩 인기를 체감한 건 작년부터”라면서 “자녀 혼기가 늦어지면서 결혼식 주체가 부모에서 자녀로 옮겨갔고, 연예인들의 작은 결혼식이 SNS로 알려지면서 스몰 웨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스몰 웨딩이 유행하면서 웨딩드레스 역시 원피스 같은 단순한 형태를 파는 ‘웨딩 원피스’ 가게가 유행하는 등 흐름도 바뀌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이화여대 근처에서 웨딩드레스 가게를 운영했던 조 이사장은 2013년 협동조합을 만들고 예비 부부에게 스몰 웨딩을 컨설팅해 왔다. 예비 부부가 1만원을 내고 ‘허례허식 없는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서약하면 소비자 조합원으로 등록되고 웨딩드레스와 스튜디오, 메이크업, 여행사 등 60여개 생산자 조합원의 서비스를 중간 마진을 뺀 가격으로 고를 수 있다.

조 이사장은 “본격적으로 컨설팅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조합원이 300여쌍인데, 올봄에만 100여쌍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스몰 웨딩의 ‘성지’로 불리는 ‘양재 시민의 숲’의 이용 기준은 하객 120명 내외. 월드컵공원 잔디밭, 남산공원 호현당, 남산골 민씨가옥 등 스몰 웨딩이 가능한 공공기관 대관 기준 역시 하객 100~200명 내외다. 조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하객 숫자로 스몰 웨딩을 구분하지 않는다. 부모의 형제가 많은 경우 가족만 초청해도 100명이 넘을 때가 있지 않나. 가까운 가족, 친구를 초대하고 소박하게 진행하면 그게 스몰 웨딩”이라고 말했다.

조완주 서울시결혼문화협동조합 이사장. 김주성 기자

스몰 웨딩에도 유행이 있다. 2013년 협동조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주목받은 스몰 웨딩은 강남 등지의 ‘그림 같은 집’에서 소수 정예를 초대해 오랜 시간 결혼식을 올리는 ‘하우스 웨딩’이었다. 조 이사장은 “하우스 웨딩홀 대관료, 실내 장식비, 하객 식사 등을 고려하면 하객 1인당 객단가는 호텔과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시 시민청 등 공공기관이 일부 공간을 예식 장소로 무료로 대관해 주기 시작했다. 조 이사장은 “공공기관 예식 장소는 실내 장식, 음향ㆍ조명 설치, 피로연 음식 준비 등을 예비 부부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직장인 이용객이 없는 주말에 70~80인 이상 점심식사를 예약하면 매장 전체를 무료 대여해 주는 고급 음식점도 있다. 스몰 웨딩이 가능한 장소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작은 결혼 정보센터’ 홈페이지(www.smallwedding.or.kr/standby/halls_list.php)를 통해 지역별로 검색할 수 있다.

일반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스몰 웨딩도 대략 5~6개월 전부터 준비하면 된다. 결혼식 준비 때 혼주의 의사가 중요한 한국에서 스몰 웨딩의 성사 여부는 양가 부모의 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이사장은 “상견례 기간 ‘스몰 웨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양가 부모에게 알리고 주도권을 신랑 신부 당사자가 가질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식에 필요한 공동 은행 통장, 카드,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쓰면 예산을 합리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하객 규모가 작다고 해서 결혼식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건 아니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장소를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빌려 주지만, 실내 장식과 피로연 음식 등을 감안하면 예식장 수준의 비용을 예상해야 한다. 결혼식 비용을 줄이려면 하객 숫자를 줄이기보다 봄가을 결혼 성수기, 주말, 점심시간, 교통 좋은 곳 중에서 한두 가지를 포기하는 게 더 현명하다. 조 이사장은 “다른 예식을 많이 보고 일어날 수 있는 변수와 대처 방안을 생각해두는 게 좋다”면서 “특정 예식을 고집하지 말고 결혼식은 ‘결혼을 위한’ 예식임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