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체 ㈜자광 땅만 계약해놓고
143층타워ㆍ호텔ㆍ아파트 건설 발표
행정절차ㆍ자금조달 계획은 없어
장밋빛 청사진ㆍ부동산투기 변질 우려
선거 앞두고 개발심리 자극 지적도
전북 전주 서부신시가지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로 불리는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를 인수한 부동산개발업체 (주)자광이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초대형 개발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조달 계획과 행정절차 등 관련 대책이 빠져 실현 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장밋빛 청사진으로 후보자들을 압박하고 용도변경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은수 자광 대표는 지난달 30일 대한방직 공장 내 대회의실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세계 7위 수준의 복합타워와 함께 문화, 관광, 공원, 주거시설을 갖춘 융복합시설을 건설해 전주를 새만금과 연계한 세계적인 문화관광쇼핑도시로 만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자광은 이날 세부 개발계획을 일반에 공개했으며 투자되는 자금만 2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광이 밝힌 청사진에 따르면 대한방직 부지 21만6,000㎡에 143층 높이(430m)의 익스트림복합타워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350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컨벤션센터, 쇼핑센터 등을 조성한다. 전체 부지 면적의 절반 정도는 공원으로 조성해 전주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리는 2023년 상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조 원대에 달하는 사업비 조달이 가능할지 우려가 높다. 자광은 “용인 수지지구에 2조원대 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있어 자금은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각은 회의적이다. 자광은 경기도 용인 소재 자광건설이 설립한 부동산개발업체로 지난해 10월 대한방직 부지를 1,980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재 계약금 10%만 지불한 상태다. 토지 매입자금은 롯데건설이 지급보증 한데다 연간 매출액이 수백억에 불과한 업체가 대기업조차 투자가 어려운 2조5,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여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
도시계획 변경 등 향후 개발과정에 필수적인 행정절차도 자광 뜻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현재 공업용지로 돼 있는 부지는 상업용지나 주거용지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또 이곳 개발을 위해 전주시 도시기본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전주시 도시계획 담당은 “현재 시 차원의 대한방직 부지 개발계획은 없으며 자광과 사업을 협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사업 시기도 문제다. 자광의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 이행에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리고 교통ㆍ환경영향평가 등 세부 사안에 따라서는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광은 2일 전주시에 건축허가 신청 전에 법에 허용되는지 검토를 위한 사전결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착공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개발 기대 심리를 부추기고 난개발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주변 택지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개발계획은 도심 고밀도 난개발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자광 뒤에 롯데건설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을 명확하게 해소하고, 일부 유권자의 개발 기대 심리를 앞세워 정치인들을 압박해 유리한 국면을 만들겠다는 것은 시민을 무시한 처사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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