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의 차이로 기차를 놓쳤다.”라는 문장에서 ‘간발’은 무슨 뜻일까? 출근길에 기차를 놓친 황망한 상황에서 문득 이 낱말의 뜻이 궁금해졌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만 빨리 달렸으면 기차를 탈 수 있었던 친구는 ‘간발’을 ‘한 발짝’의 뜻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간발’을 ‘간(間)발’로 분석하여 그 뜻을 유추한 것이다. 물론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간발’은 ‘間髮’을 원어로 하는 한자어로 ‘아주 잠시 또는 아주 적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터럭이 들어갈 정도의 틈’이라는 원 뜻을 비유적으로 확장한 낱말인 것이다.

그렇지만 ‘간발’을 듣고 ‘한 발짝’을 떠올린 친구도 ‘간발’이 포함된 대부분의 문장을 무리 없이 이해할 것이다. ‘간발’에서 ‘한 발짝’을 떠올려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은 ‘간발’이 주로 ‘간발의 차이’란 관용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기에 ‘한 발짝의 차이’로 이해하든 ‘터럭이 들어갈 틈의 차이’로 이해하든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모로 가도 서울은 갈 수 있으니, ‘간발’을 한자와 더불어 쓰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유추는 더 빈번해지고 그게 상식으로 굳어질 수도 있겠다.

‘간발’은 ‘간불용발(間不容髮)’이란 전통적인 사자성어에서 나온 말이다. “현재 국가의 존망은 간발(間髮)을 불용(不容)한다.”(동아일보, 1932.2.19.)는 문장은 ‘간발’이 ‘간불용발’에서 분리되어 나온 말임을 보여준다. 사자성어의 틀을 벗어난 ‘간발’은 ‘간발의 여유’, ‘간발의 틈’, ‘간발을 두다’ 등처럼 쓰였다. ‘간발의 차이’도 그렇게 나온 표현인데, 이는 ‘間一髪の差’라는 일본어 표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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