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어린이날엔 아기 점박이물범 만나러 오세요”

알림

“어린이날엔 아기 점박이물범 만나러 오세요”

입력
2018.05.03 04:40
27면
0 0

서울대공원 사육사 선주동씨

올봄 암수 새끼 2마리 태어나

국내 동물원서 출산은 처음

“자손 늘면 바다에 풀어 줘야죠”

선주동 사육사가 3월 중순 태어난 점박이물범 새끼 두 마리를 보듬고 있다. 오전 내 헤엄을 친 새끼들은 물가에 드러누워 봄 햇볕을 만끽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선주동 사육사가 3월 중순 태어난 점박이물범 새끼 두 마리를 보듬고 있다. 오전 내 헤엄을 친 새끼들은 물가에 드러누워 봄 햇볕을 만끽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동그란 머리와 큰 눈망울이 흡사 강아지를 닮았다. 오동통한 몸매, 뒤뚱거리는 몸짓으로 관람객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 이들은 올 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점박이물범이다. 점박이물범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불규칙한 반점 무늬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게 특징이다. 2017년 백령도 인근에서 400여 마리가 관찰된 적 있다.

지난달 19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만난 선주동(34) 사육사는 “암컷이 3월 18일, 수컷이 22일 태어났다”면서 “국내 동물원에서 점박이물범이 태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빠는 20살로 추정되는 제부도인데 엄마는 6살 된 봄이, 은이에요. 물범은 일부다처제라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 암컷과 생활하죠. 아직 새끼들 이름을 짓지 못해 ‘봄이 새끼’, ‘은이 새끼’라고 불러요.” 점박이물범의 출산 시기는 2월에서 3월말로 암컷은 새끼 낳고 2주가 지나면 다시 임신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 수컷과 교미한 뒤 다시 이듬해 새끼를 낳는다. 점박이물범의 수명은 30~35년 가량이다.

물범 아빠와 엄마의 나이 차가 큰 이유를 묻자 선 사육사는 아빠 제부도가 동물원으로 오게 된 사연부터 꺼냈다. “2000년대 초반에 제부도 횟집에서 연락을 받았대요. 물범이 걸렸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범 고기를 팔 수는 없으니까 신고를 한 건데, (사육사) 선배들이 현장에 가보니 물범이 횟집 어항에 들어가 있더래요. 대공원에 데려와 실시한 종(種) 검사에서 점박이물범으로 판명난거죠. 그래서 이름이 제부도에요(웃음). 그 전까지 대공원에는 잔점박이물범만 있었어요.” 제부도와 함께 수컷 ‘쿠크’도 동물원에 오게 되면서 해양관 내에 ‘점박이물범’ 코너가 생겼다.

지난 3월 태어난 점박이물범 새끼들이 물가에 누워 봄 볕을 쬐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 3월 태어난 점박이물범 새끼들이 물가에 누워 봄 볕을 쬐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대공원이 ‘점박이물범 짝짓기’를 본격 추진한 건 5년 전부터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키우던 암컷 잔점박이물범을 일본의 암컷 점박이물범과 교환하기로 한 것. 이렇게 해서 이듬해 두 살 봄이가, 2016년 4살 은이와 또다른 암컷 동이, 수컷 금이가 동물원에 왔다.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 번식기만 되면 수컷들끼리 으르렁거리고 싸워요. 작년에는 제부도가 금이를 얼마나 물어뜯었는지 피가 철철 흘러 물속에 들어가질 못할 정도였어요. 서열 1위가 제부도, 2위가 쿠크, 3위가 금이라 일단 제부도랑 봄이, 은이를 교배시켰죠.”

나흘 간격으로 태어났지만 첫째와 둘째 몸집은 1.5배 가량 차이가 난다. 둘 다 초보 엄마이지만 봄이가 노련한 반면 은이는 키우는 요령이 없어서다. 8㎏으로 태어난 둘째는 사흘 째 몸무게가 7㎏대로 줄어 인공 포육으로 살려냈다. “봄이는 본능적으로 초유 먹이고 새끼가 물가에 못가게 온몸으로 막더라고요. 은이는 적극성이 부족하죠. 그래도 볕 좋은 곳 서로 차지하려고 엄마들끼리 자리 싸움하는 거 보면, 둘 다 모성애는 있는데 표현방법이 다른 것 같아요.”

2009년 입사한 선 사육사는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가장 오래 근속한 베테랑이다. 대학 생물학과를 다니다 군 제대 후 뒤늦게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를 다시 들어가 사육사가 됐다. “동물 움직임 관찰하고, 행동 패턴 찾아내는 게 재미있어서 생물학과를 갔는데, 해부 실험을 주로 하니까 제 적성에 안맞더라고요. 돌고래쇼 조련사가 되고 싶어 전공을 바꿨죠.” 서울대공원 입사 1년 후 조련사로 데뷔했지만, 2013년 ‘제돌이’ 방류작업과 함께 서울시가 돌고래 방류사업을 발표하면서 선 사육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원 방류사업의 선봉에 서게 됐다.

“(시민단체가) 방류하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반대했죠. 사람 손에 키워진 돌고래를 야생에 내보내면 못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돌이 훈련할 때 지켜보니 적응 잘 하더라고요(웃음). ‘아 자연에서 사는 게 돌고래한테 좋구나’ 생각했죠. 제 손으로 다 돌려줬어요.”

선 사육사는 “동물원이 전시용 동물만 키우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좌초된 해양 동물 구조하고 재활훈련 시켜서 방류하는 역할도 담당하죠. 점박이물범도 자손 늘려 백령도에 풀어주는 게 꿈이에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