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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영리법인 투명성 제고 절실하다

입력
2018.05.02 18: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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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은 이윤추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이해관계자의 뒷받침에 힘입어 운영되는 것은 동일하다. 기업에게 주주와 채권자, 노동자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것처럼, 학교는 학생을, 종교단체는 신도를, 아파트(공동주택)는 거주자를, 기부단체는 기부자를 이해관계자로 갖고 있다.

각 이해관계자들은 금전적 공헌이나, 비금전적 헌신과 노력을 기울인다. 만일 이해관계자가 공헌, 헌신하는 비영리법인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여러 사람이 힘들여 이룩한 자산이 유용되고 조직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실망하고 분노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비영리법인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이 투입한 노력이나 자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은 영리법인과 마찬가지다. 결국 수탁책임의 보고의무(스튜어드십ㆍstewardship)는 이윤추구와 관계없이 적용되고, 실제 국가 학교 종교단체 공동주택 기부단체 등 다양한 비영리법인은 재무제표를 작성해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한다.

중요한 점은 비영리단체의 재무보고 작성 주체가 주로 그 단체의 운영자 또는 지배자라는 것이다. 만일 운영자가 의도적으로 재무보고를 왜곡 표시하면 이해관계자는 속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립적인 전문가로부터 재무제표를 인증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 일정 규모의 회사(영리법인)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감사의 사각지대에 있다. 실제 공익법인의 외부감사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공동주택의 경우 법에 의해 외부감사를 받지만, 감사보수는 수십 년째 제자리다. 최근 공정거래위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표준감사시간을 조금 늘렸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공동주택 구성원의 관리비 절감이라는 편익을 높인 것에 비해 투명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손상시킨 측면이 있다. 실제 외부감사인은 공동주택 감사 보수로 현금흐름표 작성과 감사보고서 도장 찍는 값도 못받는다고 한탄을 할 정도다. 반면 입주자들은 감사보수에 매우 민감해서 공인회계사가 아무 것도 안하고 간다고 볼멘 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동주택의 부정은 계속 나타나고 있고, 종교 및 기부단체 등 다양한 비영리법인의 자금 유용ㆍ횡령 등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누구를 탓하기 앞서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부정을 하려는 당사자의 추가적 편익에 비해 부정으로 피해를 보는 이해관계자의 손실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가령 어떤 비영리단체에서 누군가 1,000만원을 횡령해 이해관계자 1,000명이 1만원씩 손해를 보았다 해도 한마음이 되어 단체로 회수를 하려고 나서지 않기 일쑤다. 비리와 부정은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대체로 스마트하지만 회계정보의 소비자, 즉 자신의 노력과 자원을 맡긴 이해관계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보고받을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거나, 투명한 정보를 얻으면서 그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까워한다. 하지만 아파트 수천 세대의 감사보수가 100만원도 안 되는 현실에서 외부감사인 보수를 두 배로 올려도 세대 당 증가하는 월간 관리비는 불과 커피 한잔 값도 안 된다. 비영리법인의 이해관계자는 당장 몇 푼의 비용 절감보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비리나 부정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 외부감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규제기관도 비영리법인의 내부통제 제도 및 재무정보의 투명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비영리법인의 외부감사 범위를 확대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비리와 부정을 근절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영리법인은 물론, 비영리법인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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