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만찬 당시 북측 마술사
따로 글자 적은 두 장의 카드
섞었다가 펼쳤더니 하나로
조명균 “통일장관으로서 받아”
趙장관, 김정은과 세차례 대화
“金, 판문점 선언 이행 속도 당부”
통일부, 中 평화협정 배제 논란에
“당사국으로서 원하면 당연 참여”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와 후속조치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지갑 속에는 특별한 트럼프 카드가 한 장 있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글자가 적힌 카드다. 조 장관이 이와 얽힌 남북 정상회담 만찬 당시의 비화를 공개했다.

조 장관은 2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 장관으로서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왔다”며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북측 마술사가 남북의 참석자들에게 카드를 나눠주며 평화와 통일이라는 글자를 쓰도록 했다고 한다. 이를 다른 카드들과 섞었다가 펼쳤더니 두 장의 카드가 하나로 붙어있었다. 조 장관은 “만찬장에 있던 분들이 ‘통일부 장관이 기념으로 보관해야 한다’고 해서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북한 마술사 공연에 사용된 트럼프 카드. 한쪽에는 '평화', 또 한쪽에는 '통일'이라고 적혀있다. 통일부 제공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북측 당국자들이 ‘판문점 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자’고 강조했다”며 회담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과 조 장관이 회담 당일 총 세 차례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면서 “만찬장에서 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측 정부가 제공한 편의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판문점 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할 수 있도록 남측 정부에서 노력해달라고 (조 장관에게) 말했다”고 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도 같은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에 따르면 조 장관은 후속조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만찬장에서 진행된 마술쇼 등을 보지 못해,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알았다고 한다. 조 장관은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을 바로 이행 가능한 사안, 남북 협의 하에 이행할 사안, 비핵화 진전에 따라 이행할 사안의 세 부분으로 나눠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서 후속 조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약속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와 관련, “회담 이후 폐쇄 시기나 구체적인 방법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핵 실험장을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폐쇄한다는 것은 사찰과 검증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찰ㆍ검증 조치 없이 핵무기 없는 북한, 한반도로 간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을 김 위원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전제나 판단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중국이 당사국으로서 참여하겠다고 하면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당연히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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