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회계' 감리 결과에 기자회견 "소송도 불사"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의사 표시
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상실 예상”
김기식 “금감원 판단 이유 있을 것”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가 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장 전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 결과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는 “회계법인 권고에 따라 국제회계기준을 반영한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건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심병화 경영혁신팀장(상무)은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을 포함한 다수 회계법인의 의견을 받아 내린 조치”라고 강조했다.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볼 근거가 약하다”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특별감리를 진행한 금감원은 상장(2016년 11월) 전에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꿔, 만년 적자기업에서 초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을 분식회계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치사전통보서를 지난 1일 삼성바이오에 발송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는 미국회사인 바이오젠과 합작한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91.2% 갖고 있었음에도, 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했다. 2011년 설립 후 적자를 낸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시장가격(4조8,000억원)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 2015년 갑자기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낸 게 됐다. 국제회계기준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에 중대한 변수가 생긴다고 판단될 땐 자회사를 장부가액(당시 3,000억원)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할 수 있다. 상장 전 의도적으로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고 금감원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심 팀장은 “2015년 하반기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49.9%(당시 8.8%)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의사를 표한 데다, 콜옵션 행사시 이사회 구성도 각 4명씩 동수로 하기로 했다”며 “삼성바이오 지분(50.1%)이 바이오젠(49.9%)보다 많지만 단독 의사결정이 힘들게 돼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의 옵션 가치를 미반영 한 건 회계기준의 차이”라고도 강조했다. IFRS와 달리 바이오젠이 따르는 미국 기업회계기준(US-GAAP)은 시장 매매가격 등 객관적인 가치를 확인할 수 없는 옵션은 회계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가 고평가되면서 지분 46%를 보유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1대0.35)이 매겨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심 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2015년) 뒤인 2016년 4월 상장발표를 했고, 같은 해 11월 상장했다”며 “시기상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의 감리 결과에 대한 최종 판단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고의성 여부가 이번 사안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회사의 단순 실수로 사안이 종결되지만 반대로 고의로 분식을 저지른 것으로 결정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윤호열 CC&C센터장(상무)은 “충분히 소명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평가도 엇갈린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어도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를 같은 수로 구성할 때는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전제로 회계기준을 바꿨지만 현재까지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삼성으로선 일파만파의 민감한 사안”이라며 “금감원이 그리 결론을 내린 건 다 이유와 근거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바이오 주가(40만4,000원)는 전 거래일보다 17.21%나 하락했다. 최고가(60만원ㆍ4월10일)를 기록한 지 불과 20여일 만에 40만원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삼성바이오 충격에 코스피 셀트리온(-4.43%), 코스닥 시장의 네이처셀(-5.40%)ㆍ셀트리온헬스케어(-2.90%) 등 주요 바이오 종목도 줄줄이 하락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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