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3일부터 12일까지

내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
역대최다 46개국 246편 상영
논쟁적ㆍ실험성 작품 두루 포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정의신 감독의 ‘야키니쿠 드래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5월은 나들이의 계절, 나들이 하면 전주, 전주 하면 영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날의 영화 축제가 전주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전주영화제)가 전북 전주시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46개국 영화 246편(장편 202편, 단편 44편)을 푸짐하게 준비했다. 어떤 영화를 먼저 봐야 할지 고민돼 상영시간표 앞에서 ‘결정 장애’가 찾아오지만 그조차 즐겁다.

개막작은 재일동포 정의신 감독의 ‘야키니쿠 드래곤’이다. 1970년 일본 오사카를 배경으로 간사이 공항 근처 마을에서 곱창구이 집을 운영하는 재일동포 가족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로 다투고 화해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풍경에 떠들썩한 활기가 넘친다.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2004)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등에서 각본을 쓴 시나리오작가이자 극작가, 연극연출가인 정 감독은 자신의 동명 희곡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로는 연출 데뷔작이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선 굵은 화면 구성과 이야기의 정서가 친근하면서도 색다른 질감으로 다가온다”며 “천편일률적인 한국 영화에 반면교사가 될 만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개들의 섬’.

폐막작은 전주를 반드시 두 번 찾아가야 하는 이유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로 한국에서도 사랑받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이 관객을 맞이한다. 20년 후 미래 사회에서 도그플루 바이러스에 걸려 쓰레기 섬으로 추방된 반려견을 찾기 위해 쓰레기 섬으로 떠난 소년과 다섯 마리 개의 모험기를 담았다. 참신한 상상력과 은유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한국의 선댄스영화제라 불리는 영화제답게 극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대안ㆍ독립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반목을 남녀의 불륜 이야기로 풀어낸 ‘사라와 살림에 관한 보고서’와 미국 영주권을 얻어야 하는 루마니아 싱글맘이 주인공인 ‘레모네이드’, 비극적 상황에서 분투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 ‘바로네사’ 등 여성의 현실을 조명한 작품들이 국제경쟁 부문에 초대됐다.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청년 세대의 분투를 독창적 시각으로 풀어낸 ‘내가 사는 세상’ ‘성혜의 나라’ ‘한강에게’ ‘보이지 않는 오렌지에 관한 시선’ ‘졸업’ 등이 포함됐다. 김 프로그래머는 “올해 한국 독립영화들은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클리셰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캐릭터로 접근해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논쟁적 이슈와 실험성을 내세운 프론트라인 부문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치, 사회, 제도, 예술, 섹슈얼리티에 대해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두루 포진했다. 그 중에서도 일급 살인 혐의를 받고 추락한 풋볼 스타 O. J. 심슨의 흥망사를 추적한 7시간 47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특히 눈길을 끈다.

7시간 47분짜리 다큐멘터리 ‘O. J.: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주영화제의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는 기존 3편에서 올해 5편으로 늘었다. 지난해 이 부문 상영작 ‘노무현입니다’가 상업적 성공을 거둬 밑거름이 됐다. 탈북 인권 운동의 이면을 포착한 이학준 감독의 ‘굿 비즈니스’,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멘드라스 감독의 블랙코미디 ‘우리의 최선’, 카밀라 호세 도노소 감독의 ‘노나’,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 임태규 감독의 ‘파도치는 땅’이 올해 전주를 빛낸다.

특별전도 빠질 수 없다. 스페셜 포커스 부문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걸작 30편이 상영된다. ‘인사이드 아웃’(2015)과 ‘업’(2009) 같은 최근작은 물론 ‘덤보’(1941)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 등 옛날 작품들도 더없이 반갑다.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도 알맞다.

전주영화제는 내년에 20회 성년을 맞는다. 지난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기치로 독립영화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줬던 전주영화제는 올해를 디딤돌 삼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 프로그래머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발굴해 한국 영화에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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