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인프라 낫다는 서울 아산병원 가보니

#의료인력 턱없이 부족
세부전문의 4명ㆍ전임의 3명이
58개 병상 24시간 책임져
간호사 78명이 돌보지만 역부족
“6명 아기 맡으면 간호도 벅차”
병상 간격 좁아 감염 우려도
#미숙아 점점 늘어 대책 시급
전국 10곳 중 9곳 전문의 2명 이내
정부 “전문의 근무 땐 수가 가산”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응급 상황이 발생한 환아를 치료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응급 상황이다. 얼마 전 엄마 뱃속에서 약 23주 만에 태어나 신생아중환자실로 온 민수(가명)의 복부가 팽창했다. 민수는 출생 당시 몸무게가 300g을 갓 넘긴 초미숙아다. 의료진은 오전 영상의학과와의 회의에서 괴사성장염을 의심한 터였다. 한 전임의가 기관 삽관을 하고 간호사는 혈관을 찾는 과정에서 이를 도와주는 간호사는 2명에서 3명, 다시 4명으로 늘었다. 10여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의료진의 이마엔 땀이 맺혔고, 민수는 안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의료진이 매달려 있는 사이 민수 옆에 나란히 누운 9명의 아기들은 관심을 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선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달 24일 찾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미숙아(조산아)와 중증 신생아 환자로 가득 차 있었다. 출생 당시 체중 1,000g 미만인 초극소저체중출생아가 절반에 가까웠다. 전체 58병상을 세부전문의 4명과 전임의(펠로우) 3명, 간호사 78명 등이 돌보고 있지만 일손은 늘 모자라 보였고 의료진의 발걸음은 빨랐다.

24시간 긴장 해야 하는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은 24시간 긴장 상태다. 엄마 뱃속에서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미숙아들이 이곳에 온다. 장기가 미처 발달하지 못한 채 태어나 신체기관 이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혼자 호흡을 못해 폐 계면활성제를 맞으며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거나 심장 기능 미비로 인공심장 수술을 하기도 한다. 아기들은 대부분 인퓨전펌프(약물자동주입기)를 통해 3~5개의 약물을 동시에 투여 받고 있었는데 주사제의 양이 0.04cc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미숙아들은 몸집이 워낙 작다 보니 혈관을 찾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다. 전날 밤에도 당직을 서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이병섭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미숙아는 중심정맥관이나 혈관을 잡는 것도 고도의 숙련이 필요해 펠로우 1,2년차 의사들도 힘들어하는 일”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하지 못하면 장기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임상 경험이 많은 전임의나 전문의가 즉각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산병원처럼 전문의가 당직을 서면서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할 수 있는 신생아중환자실은 많지 않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지난 1월 전국 77개 신생아중환자실을 조사한 결과, 46.8%(36개)는 신생아 세부전문의가 1명뿐이었다. 세부전문의가 2명인 곳이 41.6%(32개)였다.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10곳 중 9곳 가량(87.4%)이 신생아과를 전공한 전문의 1,2명이 365일 비상상황에 대기하며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곳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짐은 전공의(레지던트)에게 넘겨지고 있다.

엄마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간호사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아산병원은 간호인력 1등급 병원임에도 중증도에 따라 신생아중환자를 나눠 간호사 노동력 투입을 달리하고 있었다. 상태가 위중한 1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당 3, 4명의 신생아를, 상대적으로 호전된 2중환자실은 5,6명의 신생아를 돌봤다. 아기들이 이곳 저곳에서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간호사들의 걸음은 빨라졌지만 그렇다고 동시에 여러 명을 간호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한 고참간호사는 “아기마다 밥 먹는 시간, 기저귀 가는 시간, 약 먹는 시간 등이 모두 다르고 특성도 다르다”며 “건강한 만삭아도 엄마 혼자 돌보기 버거운데 간호사 1명이 6명의 아기를 동시에 맡게 되면 간호도 벅차 케어(돌봄)는 무리”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고 이후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병원 내 감염으로 미숙아 4명이 81분 만에 연달아 사망한 사고 이후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의 감염관리는 한층 강화됐다. 아산병원도 이날 감염관리팀에서 의료진들이 준수사항을 잘 지키고 있는 지 점검을 하고 있었다. 면회 시 일회용 가운ㆍ마스크도 병원 부담으로 마련해뒀다. 특히 이곳은 사고 전부터 6개의 격리실을 갖추고 다른 병원에서 전원된 아기가 감염원을 갖고 있지 않은지 파악하고 있었는데, 이 같은 격리실을 충분히 갖춘 국내 병원은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국내에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손꼽히는 아산병원도 병상당 간격은 매우 좁았다. 성인 보폭 한두 걸음 간격으로 아기들이 누워 있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감염 예방을 위해 중환자실 병상당 거리를 최소 1.5m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특례 규정을 만들었지만, 신생아중환자실은 예외로 남겨졌다. 병상 간 거리 제한이 전혀 없는 셈이다.

신생아중환자실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현장의 고민도 늘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자 면회를 더 제한하자는 지적도 있지만 이 곳은 종전처럼 하루 2,3차례씩 면회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신생아는 부모와 애착 형성이 중요하고 엄마가 신생아를 안아주는 ‘캥거루 케어’는 환아들의 심리적 안정 효과가 크다”며 “감염관리도 중요하고 환자와 부모의 정서적 교감으로 얻게 되는 치료 효과도 중요해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구원기자
신생아 치료 질 높이려면 인력 기준 높여야

저출산 시대지만 만혼(晩婚)과 고령 임신의 증가로 미숙아는 1993년 2.6%(1만8,532명)에서 2016년 7.2%(2만9,390명)로 점점 늘고 있다. 의료계는 전문의 1,2명이 수십 병상을 24시간 책임지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목동병원 역시 사고 현장에 전문의는 없었다. 2명의 전공의가 당직을 서며 사망 신생아 4명의 심폐소생술을 연속적으로 실시했고, 이들은 소아일반병동과 응급실까지 함께 당직을 서고 있었다.

현재 국내 신생아 전문의 197명 중 활동 의사는 135명 수준. 해마다 평균 15명이 배출되는데 5명 가량은 퇴직한다. 전문의 1인당 약 14명(정부 집계는 9.7명)의 신생아 중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학계는 이런 추세로 전문의가 담당하는 환자수가 미국(6명), 일본(7명) 수준까지 낮아지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더구나 이대목동병원 사고 이후 신생아과 지원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정부도 신생아중환자실의 전담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복지부는 최근 간호등급 1등급 기준을 높여 적정 간호인력 확보를 지원한 데 이어 오는 6월에는 전담전문의가 24시간 상시 근무하거나 세부전문의가 근무하면 입원료 수가 가산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지원한 수가 가산금을 개별 병원이 인력을 위한 재투자에 쓰느냐다. 꾸준한 수가 지원으로 대다수 병원의 적자는 해소된 상태지만 중증외상센터처럼 돈벌이가 되지 않아 각 병원들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병상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의료인력 수도권 쏠림이 더해져 지방 신생아중환자실의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대로면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김기수 대한신생아학회장(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은 “전문의와 간호인력을 2배로 늘려 안전과 치료 질 향상에 투자하면 1,500g 미만 극소저체중출생아를 한 해에 300명 이상은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신생아 진료는 저출산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각 병원이 수가를 인력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등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우진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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