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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특수 놓쳤는데 유채꽃마저…” 첨성대 인근 상가들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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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특수 놓쳤는데 유채꽃마저…” 첨성대 인근 상가들 한숨만

입력
2018.05.02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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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온 탓 개화율 작년의 30%

관광객 급감하며 지역 경제 타격

동부사적지 인근 지난해 유채단지. 경주시 제공
동부사적지 인근 지난해 유채단지. 경주시 제공
동부사적지 인근 올해 유채단지. 경주시 제공
동부사적지 인근 올해 유채단지. 경주시 제공

대구 수성구에 사는 조모(38)씨는 지난 달 28일 주말을 맞아 초등생 두 자녀와 함께 유채꽃으로 유명한 경주동부사적지를 찾았다가 크게 실망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노란 유채꽃과 꽃양귀비 등으로 뒤덮였던 터라 멋진 가족사진을 기대하고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조씨는 “꽃이 듬성듬성하고 키도 작아 영 볼품이 없었다”며 “다른 데는 꽃이 좋은데 관광경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채꽃으로 유명한 경주동부사적지에 꽃이 사라졌다. 경주시는 2010년부터 황남동 첨성대에서 동궁과 월지 남쪽 4만8,000㎡에 유채꽃단지를 조성해 왔다. 4월 중순 벚꽃이 진 이후 이 지역은 경주의 최고 포토존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유채꽃밭에 서서 첨성대와 반월성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작품’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꽃이 예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키도 절반도 되지 않고, 유채도 듬성듬성해 멀리서 봐도 맨땅이 드러나 보일 정도다. 경주시와 인근 상인들은 꽃이 잘해야 예년의 30%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유채꽃이 부실해지자 인근 상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부사적지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요즘 관광객이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꽃이 일찍 지는 바람에 벚꽃특수도 놓쳤는데, 유채꽃마저 이 모양이니 월세 낼 일이 꿈만 같다”고 한숨지었다.

동부사적지 유채꽃을 관리하는 경주시는 지난 겨울 혹한과 날씨 탓으로 돌렸다. 경주시 관계자는 “동부사적지 일대는 찬바람을 막아줄 만한 곳이 없는 황량한 곳으로, 낮은 기온에다 가뭄이 겹쳐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보다 기온이 훨씬 낮은 중북부지역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 것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화훼전문가들은 “겨울에 가뭄이 심하면 월동작물 뿌리 사이에 틈이 생기고, 그 속으로 찬바람이 들어가 얼어 죽는 경우가 많다”며 “경주가 경북 북부지역이나 경기보다 추운 곳이 아닌데 유채 생육이 부진한 것은 가뭄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주시는 일부 생육이 좋은 곳의 유채를 옮겨 심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예년과 같은 꽃을 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황룡사 일대는 관수시설이 없어 옮겨심기도 불가능하다.

경주시 관계자는 “가을에 파종하는 유채꽃은 겨울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앞으로 동절기 수분공급 및 동해방지대책을 마련해 최고의 유채꽃단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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