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판문점 회담 후일담 공개

제재 완화 이후 남북경협 방안
책자ㆍPT 영상자료로 미리 제시
金, 승강기 탈 때 文에 먼저 양보
文 “솔직 담백하고 예의 발랐다”
金 “경평 축구보다 농구부터”
북측 소나무 식수 흙 마련하려
백두산 풀 뽑고 뿌리 털어 모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판문점남북정상회담에서 자신의 남북경제협력 구상을 담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안’을 책자와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담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완화될 경우북측과 진행할 경제협력 로드맵을 미리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상회담 뒷얘기를 공개했다.이 자리에선 문 대통령이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40분 이상 김 위원장과 나눈 밀담(密談)에 참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발전소 문제”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화면에 잡힌 게 화제에 오르자 “내가 구두로 발전소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김 위원장에게 신경제구상을 담은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 자료를 넘겼는데 그 안에는 담겨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 때 “남북 경협사업의 추진을 위한 남북공동조사 연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현실적으로 북미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다려서 하는 것이고, 대북제재 문제와 관련 없는 것은 빨리빨리 당장 실행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참모들에게 설명했다.

대북 경제 제재 해제는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서남북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촉진하기 위해 북한에 비핵화 이후의 경협청사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한반도신경제지도는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뿐 아니라 서해안 산업 물류벨트 건설 등 포괄적인 남북 경협 방안이 담겼다.

도보다리 밀담에서는 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이 질문을 하고 문 대통령이 답변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었는데, 청와대에 돌아와 방송을 보니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솔직 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평가했다. 주영훈 경호처장은남북 정상 부부가판문점 평화의집 만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먼저 타도록 양보하고,부인 리설주 여사가 다음에타려 하자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타도록 손을 잡아당겼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스포츠 교류를 말하자 김 위원장은 “경평축구보다는 농구부터 하자”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에 초청할 정도로 농구광이다. 김 위원장이 남북 핫라인에 대해 “정말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는 것이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다. 사전에 실무자끼리 약속을 잡아놓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북한은 정상회담 때 소나무 식수에 사용한 백두산 흙도 상당한 정성을 들여 준비했다고 한다. 백두산이 화산활동으로 생긴 산이어서 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북측은 백두산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만병초 나무를 뽑아 그 뿌리에 묻은 흙을 털어 모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 도중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축전을 보내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는 덕담을 건넸다는 보고를 받고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으셔야 한다”며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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