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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용사회 이끌 ‘커뮤니티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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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용사회 이끌 ‘커뮤니티 케어’

입력
2018.04.30 17:5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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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정신장애인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입원되거나 필요 이상으로 장기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보호의 부담, 서비스 부족 등이 원인이다.

반면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1960년대 이후 정신건강 정책 기조를 수용 중심에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로 전환해 대응하고 있다. 이 정책은 격리된 시설보호 대신 거주 중인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 건강, 주거 등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체계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과거 중증 정신장애인들이 대부분 지역사회나 가족과 분리돼 비인간적 처우 속에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곤 했지만 지금은 치료와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커뮤니티 보호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3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정신병원을 일반병원 내 소규모 병동으로 바꾸고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케어를 통해 정신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 확대’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사회적으로 배제돼 온 개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생활지역을 단위로 수요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종합적인 지원을 하려는 것이다. 커뮤니티 케어 정책은 복지와 보건 등 사회서비스 전반의 혁신을 필요로 한다. 행정체계와 실행 조직 간 유기적 관계, 공공과 민간기관 간 협업 전달 체계, 공급자와 수요자 간 탄력적 서비스 제공 방식 등 많은 과제들이 있다. 커뮤니티 케어가 잘 발달한 영국도 서비스 접근성과 이용성, 적절성,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서 국가보건체계(NHS)나 사회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해가고 있다.

주거 및 돌봄, 고용, 교육, 문화, 환경 등 지역사회 생활의 기반 영역은 복지 담당 부서나 복지 인프라 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관련 부처간, 부서간 협업은 물론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취약계층의 지역사회 보호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을 이끌어내고 실행계획 수립과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지역사회 복귀에 필요한 생활ㆍ주거 지원, 심리적 안정 및 사회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확충해야 한다.

얼마 전 영국의 정신장애인 정책을 알아보는 기회가 있었다. 낮 동안 정신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주간재활시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이유를 물어보니 일반 주민시설을 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어 일부 고령ㆍ중증 정신장애인을 위한 시설 몇 개만 운영 중이라는 답을 들었다. 이처럼 정신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다른 장애인이나 지역주민과 함께 다양한 곳에서 일상적인 참여와 활동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간 정신장애인에게는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청소년수련시설, 문화시설 등의 이용이 제한돼 왔다. 생활 전반의 차별과 편견에 부딪치며 비주류의 삶을 힘들게 사는 정신장애인들의 바램은 그저 남들처럼 살아보는 것이다. 누구나 평범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포용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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