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담 이후 첫 일정으로
트럼프와 1시간15분간 통화
“강력한 지원 덕분” 거듭거듭 사의
“통 큰 결단” 김정은의 호평도 전해
선언문 비핵화 단 3문장 정리도
트럼프에 협상 공 돌리려는 포석
문ㆍ김 도보다리 30분 밀담
“핵심은 북미회담 조언” 관측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올인’ 하고 나섰다. 27일 판문점 선언 합의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턱은 넘어섰지만, 비핵화나 북미관계 개선 없이는 남북관계도 앞으로 더 나가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인’을 기초로 북미 정상이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방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밀고 끄는 총력전에 돌입했다.

27일 저녁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의 첫 공식 일정은 2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였다. 문 대통령은 1시간 15분 동안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 성공을 모멘텀 삼아 조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비핵화 합의 중재에 힘을 쏟았다.

인상적인 대목은 두 가지다. 우선 문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라고 ‘거듭거듭’ 사의를 표명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워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거듭된 공치사였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해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잘 통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문 대통령이 전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남북 정상이 공감했다고 소개했지만, 오후 브리핑에선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호평을 더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길잡이’ 역할임을 분명히 한 포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남북 간 합의만으로 남북관계를 풀 수 없고,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행돼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게 돼 있다”(지난 12일 정상회담 원로 자문단 오찬)는 문 대통령 인식에서 비롯됐다.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로 인해 북핵 해결 전 한국의 독자적 대북관계 개선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이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던 판문점 ‘도보 다리’ 30분 단독 대화 내용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조언이 핵심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북 정상의 당시 대화 내용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들은 “두 분만 내용을 알고, 따로 기록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전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문을 거의 조율했던 만큼, 오후 단독 대화에선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 로드맵과 미국의 우려, 과거 북핵 협상 실패 경험의 교훈을 문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또 중재 외교를 하는 입장인 만큼 북한 비핵화 협상 성공의 몫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상회담 3대 의제 중 핵심이었던 비핵화 관련 합의를 판문점 선언에서 문장 3개로 정리한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비핵화 합의가 너무 간단하고, 구체적 이행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그 어떤 말보다 확실한 비핵화 약속”이라며 “더 구체적인 합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남북 불가침 합의 재확인, 단계적 군축, 연내 종전 선언 및 평화협정 전환 등 판문점 선언 비핵화 합의 바로 앞에 나열된 합의 조항들이 획기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한반도 정세는 일대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