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화기애애했던 만찬
남측 인사 대부분 김정은에 술 권해
참석자들 “김정은, 상당히 많이 마셔”
“평양냉면집 북새통” 듣고 웃음꽃
두 정상 내외 모두 물냉면 선택
오연준 군 ‘고향의 봄’ 즉흥곡에
리설주 등 북측 인사들 따라 불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처음 만났지만 말이 통하니 우리가 이렇게 가까운 사이라는 걸 실감했다.”(청와대 관계자)

청와대가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환영 만찬의 뒷이야기를 29일 공개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군사분계선이라는 장소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청와대와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날 만찬장은 큰 일을 치른 뒤 긴장을 풀고 여유 있게 통성명을 나누거나 농담과 덕담으로 웃음이 터지는 여느 축제 현장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직후여서 감격도 배가 됐다. 만찬 사회를 맡았던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예상했던 시간은 2시간이었는데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40분 넘겨 오후 9시 10분에 억지로 끝냈다고 할 정도로 겨우 마무리했다”면서 “처음 만났지만 술을 따라주고 안부를 묻는 등 어느 만찬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만찬주로 제공된 면천 두견주와 문배주도 긴장감을 푸는 데 한몫 했다. 특히 당일 공개된 사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란빛을 띄는 술이 담긴 유리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다수 포착됐다. 실제로도 김 위원장은 술을 상당량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남측 인사 대부분이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가서 술을 건넸고 건배를 제의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고 부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정확히 몇 잔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많이 드셨다”면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술을 마신 걸로 알지만 리설주 여사가 드시는 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역사상 최초로 판문점에 등장한 평양냉면도 화제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북측은 판문점 내 북측 통일각에 옥류관 제면기를 설치하고 수석요리사를 파견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두 정상 내외는 모두 물냉면을 선택했다고 한다. 고 부대변인은 “정상회담 당일 남한의 유명 평양냉면집들이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하자 두 정상과 참석자들이 크게 웃으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고 부대변인은 오연준 군이 부른 ‘고향의 봄’의 감동도 전했다. ‘고향의 봄’은 예정 없이 사회자의 즉흥 제안으로 성사됐지만 특히 북측 인사들의 반향이 컸다. 고 부대변인은 “양국 간 합의로 한 곡만 예정됐는데 사회자의 재량으로 남북 인사들에게 친숙한 곡을 한 곡 더 제안했다”면서 “리 여사 등 북측 인사들의 입모양을 보니 다들 따라 부르고 있었는데 서로의 고향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석자들도 이날 만찬장의 감격을 한목소리로 전했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실향민인 우 원내대표는 “아버지의 고향이 황해도라고 직접 김 위원장에게 전했고 이산가족의 아픔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했더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강한 의지와 진정성이 느껴지는 시원스러운 대답이었다”고 전했다. 야당 인사 중 유일하게 만찬에 초청된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이 ‘여기서 이렇게 만나리라 생각 못했고 6ㆍ15가 있어 오늘이 왔다’고 운을 뗀 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부부 내외가 처음으로 동반 만남을 가진 만찬 환담장에서의 뒷얘기도 공개했다. 고 부대변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는 평양 표준시에 대해 먼저 언급한 뒤 “오늘 이렇게 좋은 합의를 만들어 놓았으니 이번 계기에 시간을 통일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측도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안다”면서 “표준시 외에도 남북 간 표준이 다른 것들이 있는데 맞추어 나가자”라고 화답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