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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혹시 내가 네이버라는 공룡기업의 하청회사 소속 기자가 아닌가 하는. 일선 기자들의 네이버 종속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네이버가 막강한 편집권을 무기로 기사를 ‘대문’에 걸어주느냐 여부는 그 기사의 흥행을 좌우한다. 아무리 공을 들여 쓴 기사도 네이버가 외면하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는 너무 비좁다. 신문 지면 1면 톱기사로 편집을 하고, 자사 홈페이지에 메인 기사로 내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 홍보를 해도 ‘네이버 효과’ 하나를 뛰어넘긴 역부족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을 못한 제품이 판로를 찾지 못해 사장되는 것처럼. 반대로 별반 공을 들이지 않고 속보성으로 급히 만든 기사가 ‘운 좋게’ 주요뉴스 창에 내걸리면 기사의 품질과는 무관하게 폭발적인 클릭 수를 불러온다. 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대문에 걸린다고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단지 해당기사가 많이 읽히는 것일 뿐,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에겐 아무런 득이 없다.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아웃링크)이 아니라, 네이버 안에서 기사가 열리기(인링크) 때문이다. 떡고물은 있다. 관련 기사를 통한 독자 유입이다. 네이버가 대단한 인심을 베풀어 해당 기사에 5개까지 달 수 있도록 한 관련기사의 경우 PC버전에서는 아웃링크를 허용한 덕이다. 그나마도 감지덕지다. 자체 독자 유입이 쉽지 않은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베푸는 이 떡고물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겠다고 발버둥을 친다.

많이 읽히는 기사는 댓글도 많이 달리기 마련이다. 인기 기사에 댓글을 달아야 더 주목을 받으니 댓글부대들이 몰리고, 댓글이 늘어나니 더 많이 읽히는 상승작용이다. 네이버는 가두리 양식을 하듯 그렇게 이용자들을 네이버 안에 가둬둔다.

많은 댓글 역시 기자들이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다. 비판적인 기사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집단에 대한 기사의 댓글은 특히 그렇다. 하나의 현상을 지적하는 기사임에도 마치 집단 전체를 매도한 기사로 몰아세우며 조직적인 댓글 저항에 나선다. 마음이 여린 후배 기자들은 거친 욕설을 동반한 이런 댓글 공세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는다. 댓글로 한번 상처를 입고 나면 향후 기사를 쓸 때 그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게 바로 그들이 노리는 바다.

정보보안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드루킹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네이버 댓글창을 폐지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교통사고가 많이 나니까 자동차를 없애자는 얘기와 똑같다”고 했다. 네이버가 항변하듯, 댓글의 순기능, 그러니까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하지만 유통의 독점→ 막강한 영향력→ 순위와 댓글 조작으로 이어지는 이 범죄를 두고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건 적절치 않다.

이 일상화된 범죄는 대통령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특정집단을 비판의 성역으로 만들 수도 있고,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다. 비유를 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옳다. 도로와 교통신호가 엉망이어서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하는 게 적절한가. 도박꾼들이 득실대는 도박장을 자유란 명분으로 용인하는 게 맞는가.

여론의 반응을 떠보는 찔끔 대책을 내놓았다가 야당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아웃링크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네이버는 그 전제로 “언론사와의 협의”를 내걸었다. 그리고 즉각 언론사 의견 수렴에 나섰다. 여기엔 네이버가 인링크를 대가로 지급하는 알량한 뉴스 전재료에도 목을 매는 언론사 상당수가 아웃링크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혹여 아웃링크로 전환하더라도 오래 버티긴 힘들 거라는 계산이 깔려있을 거라고 본다. 이 땅의 많은 하청업체들이 원청회사의 갑질에 꼼짝 못하듯, 수많은 언론사들 역시도 살기 위해서 네이버에 등을 돌리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일 것이다.

이영태 정책사회부장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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