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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사맟다

입력
2018.04.29 17: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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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날 1층 접견실에는 서예가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 선생의 ‘훈민정음’ 글씨본을 김중만 작가가 재해석한 작품이 병풍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을 보면 ‘사맛디’의 ‘맛’의 ‘ㅁ’은 푸른색으로, ‘맹가노니’의 ‘가’의 ‘ㄱ’은 붉은색으로 채색했는데(‘사맛디’와 ‘맹가노니’의 ‘사’, ‘맛’, ‘맹’, ‘가’의 ‘ㅏ’는 아래아 표기), ‘ㅁ’은 문재인 대통령의, ‘ㄱ’은 김정은 위원장의 성의 초성이다.

여기서 ‘사맛디’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 중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싸’, ‘짜’, ‘사’, ‘맛’, ‘쌔’의 ‘ㅏ’는 아래아 표기)’에 나오는 말인데, 이를 현대국어로 해석해보면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말이 서로 통하지 않으니’여서 ‘사맛디’는 ‘통하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사맛디’는 동사로서 기본 형태를 ‘사맛다’로 생각할 수 있으나 기본형은 ‘사맟다(‘사’, ‘맟’의 ‘ㅏ’는 아래아 표기)’이다. ‘사맟다’는 중세국어에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의 8개 자음만 종성에 올 수 있다는 8종성법에 따라 ‘사맛다’로 표기한 것이다.

‘사맟다’를 국립국어원의 옛말 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멀리까지 미치거나 깊이 꿰뚫다’로 뜻풀이가 되어 있고, 용례를 보면 ‘석보상절’의 ‘通達은 사마찰씨라(‘사’, ‘마’, ‘찰’의 ‘ㅏ’는 아래아 표기)’ 등이 나와 있다.

‘사맟다’의 뜻풀이처럼 이번 4ㆍ27 남북 정상회담이 남과 북이 서로 멀리까지 미치고 깊이 있게 통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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