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IZ 진입, 시진핑-문 대통령 전화통화 불발

중, 남북미 주도적 논의 떨떠름
한반도 영향력 약화될까 우려
한중 정상 간 통화 늦어지자
“중국 불편한 심기 드러냈다” 해석도
지난 28일 KADIZ에 무단진입한 중국 군용기로 주정되는 Y-9. 위키피디아

남북 정상회담 이튿날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것을 두고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 중국이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음을 못박아두려는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29일 Y-9 정찰기로 추정되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전날 4시간 가까이 KADIZ를 침범한 것과 관련, “중국군의 움직임은 공산당 최고지도부의 의중을 철저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번 KADIZ 무단진입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대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 선언과 함께 평화협정 전환에 합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분명하게 인정하라는 의미로 보인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사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속내가 복잡할 것이란 추측이 많다. 현재의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이 한국과 북한, 미국 등 3자 간 직접대화에 의해 추동되면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으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체면치레는 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전 시 주석의 평양 답방 요구를 북한이 거부했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명시한 남ㆍ북ㆍ미 3자회담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가운데 3자 회담이 먼저 열릴 것이란 외신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가질 만한 상황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통화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회담 내용을 설명하며 후속 대책을 논의했으나 시 주석과는 접촉하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27~28일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 정상회담 등 내부 사정 때문에 통화가 다소 늦춰졌다고 설명했지만, 비핵화와 평화협정 전환 논의가 남ㆍ북ㆍ미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베이징의 다른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최대 외교목표 중 하나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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