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오해가 억울한 깔끔쟁이 토끼

※ 편집자주 :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어느덧 ‘반려동물’들은 때로는 다정한 친구, 때론 소중한 가족이 되어 우리 곁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토끼랑 산다’는 흔치 않은 반려동물 ‘토끼’를 들여다보는 연재입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토끼’에 대한 얘기를 6년 차 토끼 엄마가 전해드립니다.
토끼 랄라가 침대 위에 올라가 카메라를 쳐다보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지난 주말 옷을 사려고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이곳에는 쇼핑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한 작은 토끼 공원이 있다. 공원 앞에 앉아 토끼를 바라보던 어린 아이가 갑자기 코를 막고 옆에 있던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토끼한테 냄새나.” 엄마도 아이를 따라 함께 코를 막았다. 지켜보던 나도 덩달아 코를 막고 그곳을 바라봤다. 아이 말처럼 토끼 오줌 냄새가 진동했다.

이 공원에는 토끼를 위한 화장실이 없다. 냄새를 막아 줄 물건도 없다. 곳곳에는 지름 5㎜ 가량의 작은 토끼 똥들이 가득했고, 건초에는 오줌이 잔뜩 묻어있었다. 얼마나 오래 청소를 하지 않은 것일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럴 때 화가 난다. 토끼를 키우는 나조차 코를 막게 만드는 환경은 토끼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것이다. 반려동물 전문 매체 팻 폭스가 2013년 3월 보도한 토끼 냄새 관련 기사에 따르면 토끼에게 냄새가 나는 것은 ‘게으른 주인’ 탓이다. 토끼는 체취가 거의 없고, 대변에서 구수한 냄새가 난다. 다만 오줌에서는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주인이 청소만 제대로 해주면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매일 화장실 청소하는 토끼 엄마

어떤 사람은 하루를 마감할 때 일기를 쓴다. 또 어떤 사람은 명상을 한다. 6년 차 토끼 엄마인 나는 랄라가 하루 종일 사용한 토끼용 화장실을 청소한다. 한 손에 청소도구를 들고 랄라의 화장실을 열심히 닦고 또 닦는다.

2013년 한 식구가 된 랄라는 처음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고 여기저기 오줌을 쌌다. 덕분에 덮고 자는 이불에는 항상 토끼 오줌 냄새가 났다. 토끼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토끼도 화장실을 쓸 줄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내에서는 토끼 화장실 교육 방법을 찾기 어려워 미국 유명 토끼 커뮤니티 ‘비키 버니’를 뒤졌다. 토끼 냄새에 대한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려인들은 공통적으로 “제대로 된 화장실을 마련해 인내심을 갖고 교육하라”고 조언했다.

토끼 랄라가 이용하는 화장실로 안에는 소변을 흡수하는 우드펠렛이 깔려있다.
토끼 랄라가 볼 일을 본 후 남긴 흔적. 이순지 기자

나는 세 단계를 거쳐 랄라에게 화장실 교육을 시켰다. 우선 토끼가 오줌을 자주 싸는 공간을 찾는다. 다음엔 그 공간에 토끼용 화장실을 갖다 둔다. 마지막은 그 화장실 안에 토끼 오줌이 묻은 휴지를 넣어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랄라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볼 일을 자신의 화장실에서만 보기 시작했다. 물론 괄약근이 약하기 때문에 가끔 똥을 바닥에 흘린다거나, 불만이 있을 때 일부러 오줌을 다른 곳에 싸는 괘씸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부분 화장실을 사용한다.

6년차 토끼 엄마가 초보 토끼 엄마들에게 노하우를 전하자면, 화장실 안에 소변 냄새를 흡수하는 반려동물용 펠렛(Pellet)을 깔면 좋다. 이 펠렛을 깔아주면 일주일에 한 번만 토끼 화장실을 청소해도 냄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통 플라스틱 소재의 화장실이 많이 판매되지만, 경험에 따르면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이 깨질 위험이 있긴 해도 청소하기가 더 쉽다. 랄라의 경우 국내 토끼 전문 쇼핑몰에서 파는 하얀색 세라믹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토끼는 ‘깔끔’한 반려동물 “오해를 풀어주세요”
토끼 랄라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토끼와 함께 살아보니 가끔은 나보다 더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 혀로 몸을 단장하는 그루밍(Grooming)은 랄라에겐 평범한 일상이다.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자신의 혀를 이용해 온몸 구석구석을 관리한다. 하루에 한 번 몸을 씻는 나보다 훨씬 자주 샤워를 하는 셈이다.

그루밍은 청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혀를 이용해 다리 등 온몸 구석구석을 단장하면 하루 내내 묻어있던 더러운 것들을 단번에 없앨 수 있다. 혈액순환을 도와 털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루밍을 통해 랄라는 자신을 항상 깔끔한 상태로 만들어 둔다.

토끼의 그루밍을 보고 있으면 비슷한 행동을 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를 깔끔한 동물로 여기지만 토끼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토끼 소변 냄새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처럼 토끼도 그루밍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몸 단장 중인 랄라.

랄라의 그루밍은 마치 서커스 같다. 뒷다리를 쭉 펴고 고개를 휙 돌려 그루밍을 한다. 또 두 귀를 앞다리로 잡아 정성스럽게 단장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토끼에게 가진 편견이 안타까울 뿐이다.

토끼의 편견을 없애는 방법은 ‘주인들’에게 달렸다. 토끼를 키운다면 열심히 청소를 하자. 그리고 토끼에게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자. “토끼는 매일 자신의 몸을 단장하는 깔끔한 동물입니다. 오해를 풀어주세요.”

글ㆍ사진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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