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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상시험은 눈 먼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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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상시험은 눈 먼 시험?

입력
2018.04.29 11:3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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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 임상시험중개지원센터장

연구비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직원 동원해 대상자 부풀리기도

고대구로병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대구로병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 출연 자금으로 운영되는 임상시험중개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가 그 지위를 이용해 임상시험과 관련해 연구비를 착복하고 시험 대상자를 부풀리는 등 갖은 비리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4년 넘게 비리가 이어져왔지만 임상시험은 이 병원 내부 감시망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었다. 임상시험의 왜곡된 결과가 미칠 파장을 감안할 때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고대의료원에 따르면 2014년 문을 연 고대구로병원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중개임상시험지원센터는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사업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정부로부터 5년간 49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대학병원 교수 A센터장이 센터장의 지위를 내세워 제약회사 등으로 개별적으로 수주한 임상시험 연구자금을 수년간 횡령해 왔다는 증언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 교수와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한 연구간호사 B씨는 “제약사에서 임상시험 연구비로 받은 돈을 개인용도로 먼저 사용한 후 마치 임상시험 연구나 회의용으로 사용된 것처럼 사용내역을 바꾸어 제출하라고 A교수가 지시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연구간호사 C씨도 “센터에 입사할 때 영수증 사용내역을 바꿔 청구하는 것부터 배웠다”고 토로했다.

임상시험에 응한 대상자 수만큼 연구비가 추가 지급된다는 점을 노려 실제 연구에 부적합한 환자를 임상시험 대상에 올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2015년 국내 모 제약사의 항생제 임상 4상 시험에 필요한 대상자가 비염환자였는데, 외래에서 질환 환자, 심지어 코뼈가 부러진 환자도 비염으로 처방해 임상시험 대상에 올린 일이 있다”고 말했다. C씨는 “환자는 물론이고 센터 직원들까지 동원해 임상시험을 진행한 경우가 허다했다”고 주장했다. 엉뚱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엉터리 임상시험을 해왔다는 얘기다.

병원 안팎에서는 각종 임상시험 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터 소속 한 교수는 “A교수가 이 병원에서 임상관련으로는 최고 권위자라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고 “병원 감시 시스템의 사각지대였다”고 말했다.

A교수는 “임상 연구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시험도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고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고대의료원은 지난 27일 A교수의 모든 임상연구와 연구비 집행을 일단 중지시킨 채 진상조사에 나섰다. 식약처도 조만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식약처 임상제도과 관계자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은 승인된 연구계획서 기준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임의로 임상시험을 전개한 증거가 나오면 기관은 물론 연구자에게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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