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7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에 출전한 미국 대표선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성과를 축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지만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조치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이 문건은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는 훌륭하지만, (비핵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건 자체도 신중하게 쓰였다”라며 “성공을 논하기 전에 김정은이 어떤 조치를 하려는지, 얼마나 빨리 이를 이행할 지가 좀 더 분명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같은 매체에 “이 공식 성명은 많은 부분이 애매모호하며, ‘비핵화’의 정확한 의미도 불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또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는 부분은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의도로 쓰일 수 있다”라며 “열광을 조금 식힐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합의문에 낙관주의와 야심에 찬 목표가 잔뜩 실렸지만, 남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실현할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라고 적었다. 덴마크 국장은 북한이 합의문에 있는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의 핵무기 폐기뿐 아니라 한미동맹 약화로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담 결과의 긍정적인 측면을 크게 강조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이들은 회담이 향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또 미국ㆍ중국을 포함한 다자회담의 입구 역할을 하는 데 주목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대북협상 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재통일을 목표로 하는 첫 시작으로서는 좋은 문서”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에 앞서 일이 잘 풀렸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과 중국의 참여를 명시한 것을 지적하며 “이 협상이 단순히 두 한국간의 회담이 아니라 다자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국제분쟁 전문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의 크리스토퍼 그린 한반도분야 선임고문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해설을 통해 “선언문에서 미국ㆍ중국을 포함한 3자 혹은 4자회담을 통해 한국 전쟁을 종결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 역시 “미국과 북한이 기대하는 비핵화의 규모와 강도가 다르다면 정상회담의 합의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절차는 남북정상회담이 아닌 북미정상회담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남북정상회담 수준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다”라며 “나머지 일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남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부도 여전히 김 위원장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트윗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열정을 보였지만, 백악관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냉철한 성명을 내놓았다”는 것이 이 방송의 분석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북한이 아무런 대가 제공 없이 회담장에 나왔다는 건 대북제재가 작동한다는 의미”라며 “한국 평화 협정은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러 단계 중 하나이고, 북한의 모든 주장과 약속은 의구심과 경계, 그리고 엄격한 확인 절차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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