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재개ㆍ경제 도약 원하는 북한
저성장 남한도 새로운 돌파구 절실
돌발 사태에 대비 정치ㆍ경제 분리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 참여 땐
규모 커지고 퍼주기 논란도 차단
중ㆍ러 기업 손잡으면 안정감 더해
정상회담 평화의 집으로 가는 두 정상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경제협력(경협) 부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며 ‘신(新)남북경협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 정상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그간 ‘북핵 폐기 없이 대북 제재 해제는 불가하다’는 미국의 입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다 진전된 합의가 나올 경우 남북 경협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남북 경협을 위해선 정경분리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정부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키우며 국제기구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기존과는 180도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ㆍ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리공영과 유무상통‘(공동의 이익과 번영 및 양측에 없는 것을 서로 지원한다는 의미)이라는 경제교류 원칙에 기반한 협력이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이 1호 신남북 경협 사업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사실 이날 경협 합의는 북한에게도 절실한 부분이다. 북한은 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원유, 철강 등 산업자재 대부분은 물론 생필품까지 수출입이 막힌 상태다. 이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하며 선언한 2020년 경제강국 건설도 교역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남한 역시 경제적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저성장은 고착화 됐고, 일자리는 말라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 인구 감소세도 뚜렷하다. 남북 경협이 새로운 활로로 거론되는 이유다. ‘판문점 선언’의 경협 부문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 구현’과도 맥이 닿아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정부 주도의 과거 방식을 답습할 경우 성과 없이 ‘혈세’만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전문가들은 먼저 정경분리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0년 이후 금강산관광사업과 남북교역, 개성공단사업 등이 잇따라 중단된 것은 예상치 못했던 북한의 도발이 일차적 원인이었지만, 이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대응한 우리 정부에도 책임이 없잖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한 정부가 경협 사업에 재정을 직접 투입해 민간기업의 경협 사업에 개입하고 통제하면서 정경분리 원칙이 무너졌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민간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는 심판의 역할을, 민간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변국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남북 경협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주변국과 국제기구의 참여는 남북 경협의 규모를 한층 키우게 된다. 남한으로서는 재정 부담을 덜면서 ‘퍼주기’ 비판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북한도 남한의 일방적 원조라는 거부감을 덜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투자가 가능한’ 정상 국가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기업과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 간 컨소시엄 형태로 경협이 추진될 경우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도 “국제기구가 참여하면 경제협력을 확대시키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