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딥딥] 상대적 저가인 S, A석 줄이며
1층 전부 12~14만원 VIP·R석
대형 공연장 자리 절반 넘기도
브로드웨이보다 비싼 출연료
수익 남는 장기공연 힘든 현실
기획사들 수익구조 맞추기
작품 늘었는데 관객 수 제자리
스타 배우에 몰리는 패턴도 문제
좌석 세분화·관객 문화 바꿔야

“이번 공연 색칠이 왜 이래?”

뮤지컬 팬들은 공연을 기다리던 작품의 좌석배치도가 나오면 좌석 등급을 먼저 살핀다. ‘색칠’은 좌석 등급 구분을 이르는 말. 등급 별로 다른 색이 칠해져 있는 좌석배치도에서 비롯됐다.

‘좌석 색칠’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S, A석은 줄고 비싼 VIP, R석만 많다는 하소연, 시야가 좋지 않은 자리도 VIP석으로 지정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내 뮤지컬들도 좌석 등급을 해외처럼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뮤지컬 좌석 등급의 기준

공연기획사들이 좌석 등급 구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은 ‘시야 확보’다. 각 공연장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기존 등급 구분을 최대한 따르기도 한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대극장 기준 6만~14만원 선으로 작품 별로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특정 공연장의 이전 작품과 다음 작품의 좌석 구분을 눈에 띄게 다르게 할 수 없는 이유다.

공연홍보사 오픈리뷰 관계자는 “공연장 특성에 맞게 나름의 구분 패턴이 있는데 이는 무대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같은 위치라도 시야방해가 있으면 등급을 낮추고, 시야 각도상 문제가 없으면 VIP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관계자는 “본 공연 전까지 리허설을 하며 여러 자리에 직접 앉아보며 시야 확보 점검을 한다”며 “좌석이 만석이 돼 부득이하게 시야방해석을 판매하게 될 때에도 미리 안내한다”고 말했다.

공연 별로 무대 활용과 배우 동선이 다르기 때문에 좌석 구분에 차이는 존재한다. 가운데 블록의 앞 좌석일수록 좋은 좌석이지만 작품에 따라서는 양 옆 블록이나 뒤쪽이 더 명당이 될 수도 있다.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좌석 사이 통로를 돌아다니는 뮤지컬 ‘캣츠’의 경우 한 가운데보다 통로 옆 좌석이 더 인기가 많다.

관객들의 불만은 배우 얼굴이 잘 보이는 앞열과 누가 누군지 구분도 잘 가지 않는 뒤쪽 좌석이 똑 같은 VIP석이라는 것보다는 VIP석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체감 티켓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대형 뮤지컬 공연이 이뤄지는 샤롯데씨어터, 블루스퀘어,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주요 대극장의 경우 VIP좌석이 전체 좌석에서 30% 이상을 차지한다. 5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뮤지컬 공연장 1층이 VIP, R석 두 개로만 구분된다. 관객들로서는 좋은 좌석에서 보기 위해 12만~14만원을 지불해야 하니 부담이 적지 않다. 무대 장치로 인해 시야방해가 있는 1열이 VIP석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에도 관객들은 볼멘 소리를 낸다.

티켓 값을 올릴까, VIP좌석을 늘릴까

VIP 좌석은 10여년 전보다 확연히 늘었다. 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는 “10년 전에는 VIP석이 100석 이하로 정말 VIP석이라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많이 늘어났다”며 “나중에 할인할 것을 감안해 가격 책정을 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분석했다.

작품 수는 늘었는데, 뮤지컬 관객 수는 제자리인 현실이 ‘VIP석 인플레’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간하는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뮤지컬 관람율은 10.2%로 2014년보다 1.3%포인트 줄었다. 뮤지컬 평균 관람횟수는 0.17회에 불과했고, 그나마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도 1.62회에 그쳤다.

당연하게도 좌석등급은 손익구조와 연계된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좌석 구분이 정해지면 손익 여부를 맞춰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한 구역 (좌석)을 다 팔았을 때 수지를 맞출 수 있는지를 계산해 (좌석) 비율을 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선 티켓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관객들의 저항심리가 강하다 보니 VIP좌석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장기 공연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언감생심이다. 국내 뮤지컬계에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런던 웨스트엔드처럼 한 작품이 한 극장에서 무기한 공연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지 않다. 국내 뮤지컬은 보통 3~6개월 정도만 무대에 올려진다. ‘박리다매’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저작권 한국일보]뮤지컬 좌석 등급 비율_신동준 기자/2018-04-26(한국일보)

VIP좌석 확대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육책도 나오고 있다. 7월 초연하는 뮤지컬 ‘웃는남자’는 VIP 좌석 비율은 35%로 유지하는 대신 주말 가격 차등제로 수익을 보전할 생각이다. 주말 모든 좌석 가격을 평일보다 1만원씩 비싸게 책정했다. VIP좌석을 늘리지 않는 대신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제작사의 입장이다. ‘웃는남자’ 막을 올리기 위해 5년 동안 들어간 제작비는 173억원이다.

VIP 좌석 증가는 기형적으로 변화해 온 국내 뮤지컬 제작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많은 제작사들은 단기간에 많은 관객을 모으기 위해 티켓 파워가 있는 아이돌 그룹 출신 등 스타 배우를 캐스팅한다. 회당 출연료만 1,000만원이 넘어가는 이들을 캐스팅하면서 제작비가 치솟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배우들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VIP좌석을 기꺼이 구매한다.

모두가 상생하는 해결 방법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는 한 작품에서만도 좌석 별 가격 차이가 크다. 입석을 포함해 좌석 등급이 많게는 10개까지 나뉜다. 관객들은 맨 첫 줄보다는 무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자리를 선호한다. 같은 구역 같은 열에 있는 좌석이라도 시야 확보 정도, 무대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가격이 각기 달리 책정된다. 주말과 평일의 가격도 다르다.

이런 좌석 세분화나 가격 유동제의 국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한 자리 차이로 가격이 구분되면 이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연 전문가들은 우선 관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합리적 가격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교수는 “국내 티켓 가격이 해외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국과 영국처럼 제작자들이 일정한 방식으로 할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 교수는 “요일이나 예매율에 따라 할인을 적용하거나 반대로 프리미엄을 붙이는 것도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성 칼럼니스트는 “여러 번 공연 돼 제작비가 줄었거나,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격을 낮출 필요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뮤지컬 제작 환경 변화다. 제작사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티켓 가격을 내리거나 VIP좌석을 줄일 일은 없기 때문이다. 박 칼럼니스트는 “브로드웨이 A급 배우들의 몸값보다도 우리나라 배우들의 몸값이 더 높다”며 “제작사는 스타 배우만이 아닌 다른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관객 역시 지나치게 배우 중심으로 움직이는 관람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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