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김선형이 26일 본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희지 인턴기자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요.”

2011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을 맛본 서울 SK의 간판 가드 김선형(30ㆍ187㎝)은 2017~18시즌을 한 단어로 정리했다. 26일 한국일보를 방문한 그는 “처음 우승을 하고 나니까 파노라마처럼 한 시즌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며 “크게 다치고 나서 우승한 것이라 그런지, 감회도 새로웠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다.

그는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의 감정을 느꼈던 순간들을 차분하게 떠올렸다. “지난해 2017~18시즌을 앞두고 결혼을 한 게 ‘희’가 되고,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발목을 다친 게 ‘로’가 될 것이다. 재활과정이 무척 힘들었던 ‘애’를 거쳐 결국 시즌 마지막에 우승을 차지하는 ‘락’을 완성했다. ”

지난해 5월 석해지(28)씨와 결혼한 김선형은 아내 자랑 좀 해달라는 얘기가 나오자 활짝 웃었다. 그는 “자연미인이라는 점이 자랑스럽고, 또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현명한 아내”라며 쑥스러워 했다. 아내 석씨는 뷰티 모델 출신으로 TV 중계화면에 자주 잡혔다. “처음엔 관심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는데, 이제는 프로 선수의 아내라 겪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오른 발목을 크게 다쳐 병원에 실려갔을 때는 정말 아찔했다. 발목이 90도로 꺾인 탓에 살도 찢어져 양말을 피로 적셨다. 당시 김선형은 “선수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병원 검진 결과, 발목 인대 파열로 다행히 수술과 재활을 하면 4개월 안에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김선형은 “긴 시간을 빠져 있다 보니 팀과 팬들에게 미안했다”며 “빨리 돌아오고 싶어서 재활을 진짜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김선형. 연합뉴스

힘든 재활 과정을 거쳐 몸을 제대로 만든 그는 2월 28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주장이 돌아오자 중위권에 머물고 있던 팀도 탄력을 받았다. 시즌 막판 6연승으로 전주 KCC를 제치고 정규리그 2위에 올라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5년 전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처음 밟아 모비스에 4연패를 당해 아쉬움을 삼켰던 김선형은 두 번째 챔프전에서 마침내 포효했다. 원주 DB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경기 막판 극적인 위닝샷을 넣어 2패로 끌려가던 시리즈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SK는 이후 세 경기를 내리 따내며 18년 만에 우승 축포를 쐈다.

김선형의 덩크슛 모습. KBL 제공

김선형은 챔프전에서 본의 아니게 덩크슛으로 주목을 받았다. 5차전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노마크 기회에서 덩크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림을 맞고 튀어나갔다. 실패한 탓에 동료들에게 놀림을 당했고, 본인도 머쓱해졌다. 4년 전 플레이오프에서도 덩크슛을 실패했던 기억이 있는 김선형은 “사실 1쿼터였으면 성공할 수도 있었는데, 4쿼터라서 체력이 떨어져 실패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부상에서 돌아와 몸 상태에 대해 확신이 없었지만 다시 몸이 올라온다면 꼭 승리의 덩크슛을 꽂겠다. 덩크슛은 아직도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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