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이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 속에 부동산 호황을 맞고 있다. 서안지구 에프랏에 지어진 학교. 위키피디아

2005년 미국을 떠나 온 이스라엘인 댄 로이비츠는 유대인(이스라엘)과 아랍인(팔레스타인) 분쟁의 최전선인 서안지구 에프랏에 자리를 잡았다. 가성비가 좋아 선택한 지역이지만 국제기준으로는 불법인 이스라엘 정착촌에 거주하는 게 내심 불안했다. 그러던 로이비츠가 마침내 이주 고민을 접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50만달러에 구입한 집 값이 130만달러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FT는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느닷없는 부동산 훈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에 인접한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의 부동산값 상승폭이 이스라엘 다른 지역보다 커 이스라엘 주민의 이주도 늘고 있다.

가격 폭등 배경은 이스라엘 정부가 기반 시설에 대거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부동산 감정인 협회의 하임 메실라티 회장은 FT에 “서안지구는 이스라엘 정부가 도로와 학교 건설, 세금 감면 혜택까지 제공해 부동산 호황을 맞고 있다”며 “이 지역 아파트는 지난 10년 간 방 4개짜리 기준으로 60%나 값이 뛰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지난 10년간 평균 부동산값 상승폭은 약 50%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출산율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에서 주택을 구하기 힘든 젊은 부부들의 서안지구 유입이 늘고 있다. 집값 상승폭은 높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메실라티 회장은 “(행정수도) 텔아비브에서 방 한 칸을 구할 비용이면 서안 정착촌에서 집 한 채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착촌 감시단체 피스나우에 따르면 서안지구에는 40여만명, 동예루살렘에는 20여만명의 정착민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들 지역을 점령했다고 주장하며 정착촌을 확장해 왔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각각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지지하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이 실현되면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영토가 된다. 하지만 이 지역 거주자들은 투자금 날릴 걱정은 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하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 장악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지도자들이 서안지구가 팔레스타인에 반환될 경우에 대비해 토지보상 마련에 적극적인 것도 이 지역 집값 상승의 또 다른 배경이다. FT는 유대인 정착촌 인정을 위해 미국을 상대로 로비 중인 오데드 레비비 에프랏 시장이 “주민 이주가 불가피할 시 필요한 금전적 보상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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