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넛마을/건넌마을)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에서 괄호에 들어갈 말은? 답은 ‘건넛마을’이다. ‘건넌마을’은 ‘건넛마을’을 소리 나는 대로 쓴 오류 표기다. 북쪽의 ‘조선말대사전’에선 사이시옷을 인정하지 않는 규범에 따라 ‘건너마을’을 표준으로 하면서도 ‘건넌마을’을 관용으로 인정한다. ‘건너마을’과 ‘건넌마을’을 같은 말로 보는 것이다.

“(건넛방/건넌방)에서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에서 괄호에 들어갈 말은? ‘건넛방’과 ‘건넌방’ 모두 맞다. ‘건넛마을’을 ‘건넌마을’로 발음하는 것과 달리 ‘건넛방’은 ‘건넌방’으로 발음할 수 없다. ‘건넌방’은 ‘건넛방’을 소리 나는 대로 쓴 오류 표기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건넌방’을 ‘안방에서 대청을 건너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건넛방’은 ‘건너편에 있는 방’으로 풀이했다. 이들을 서로 다른 말로 본 것이다. 반면 ‘조선말대사전’에선 ‘건너방’과 ‘건넌방’을 같은 말로 설명한다.

“나는 그를 (오랫동안/오랜동안) 만나지 못했다.”에서 괄호에 들어갈 말은? 답은 ‘오랫동안’이다. 발음 조건상 ‘오랫동안’과 ‘오랜동안’도 ‘건넛방’과 ‘건넌방’처럼 서로 다른 말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동안’은 ‘오랜만(오래간만)’에 이끌린 오류일 뿐이다. 북쪽에서도 ‘오래동안’만을 인정한다.

사이시옷 표기 문제가 복잡하다 보니 사이시옷 규정은 실효성을 의심받곤 한다. 여기에 ‘건넛방’과 ‘건넌방’의 구분에서 비롯한 혼란까지 추가되면 의심은 확신에 가까워진다. 혼란에 연루된 규정을 선뜻 소통을 위한 약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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