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기본급ㆍ수당 내역 깜깜이
“사업주 명세서 교부 강제해야”

지난 1월 급여통장을 확인한 A어린이집 보육교사 오유진(34ㆍ가명)씨는 크게 실망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월급도 오를 거라 기대했지만 들어온 돈은 160만원 남짓으로 지난해와 같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식대(10만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받는 돈은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오씨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원감에게 임금명세서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오씨는 24일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식대를 직급수당에 포함시켰다는 소문이 있어 이를 직접 확인하고 대응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 사용자와 근로자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임금명세서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근로자가 임금명세서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근로기준법에도 최저임금법에도 사용자의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39조에 ‘사용자는 근로자 퇴직 후에도 사용기간ㆍ지위와 임금 등에 관한 증명서를 내주어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 ‘증명서’에 급여명세서나 급여대장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을 하고 있다. 결국 A어린이집처럼 사용자가 임금명세서 공개를 거절하면 받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근로계약서로도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일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이다. 고용부가 제시한 표준근로계약서를 철저히 따르지 않는 이상 기본급ㆍ상여금 등 항목을 상세하게 드러내는 계약서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회사마다 근로계약서 내용이 제각각인데다 근로계약 내용이 중간에 변경돼도 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 증거로 쓰기에는 부족하다”며 “특히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경우 상세 임금명세서가 있어야만 법 위반 여부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2013년부터 근로자의 알 권리를 위해 사업주의 임금명세서 공개를 의무화하라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이 주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개정관련 공청회 직전 양대노총이 발표한 최저임금법 개선방향에도 ‘임금명세서ㆍ임금대장 작성 및 교부의무화’가 포함됐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실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영세사업장일수록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고 있어 분쟁 상황에서 더 애를 먹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역시 ‘최저임금법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임금명세서 교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나 국회 모두 관련법 개정엔 미온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단 국회 최저임금 제도개편 테이블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는 뒷전이다. 지난해 송옥주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임금명세서 교부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딱 한 차례 논의됐을 뿐 기업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논의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노호창 호서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사업장을 감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과태료 부과 등 사후 규제는 한계가 있다”며 “임금명세서 교부 등 사전예방책을 강화해 기업이 스스로 법을 지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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