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과 정부의 관계는 1년 차 때 연애 같고, 2년 차는 결혼 같다. 결혼에서는 서로의 능력과 신뢰가 중요하다. 2년 차에 국민 각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이 정부의 동력이었던 촛불민심이 냉담하게 변해갈지 모른다.’

이낙연 총리가 올 1월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결혼과 연애에 정권을 비유했을 때 무릎을 쳤다. 상황에 적합한 단어와 표현을 구사하며 쓴소리 잘 하기로 유명한 그다웠다. 이 총리 발언은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새해를 맞는 시점이라 했던 것인데, 얼마 안 있으면 정말로 만 1년을 채우고 집권 2년 차에 돌입한다.

누구든 새로운 분야에 진출했을 때 1년 동안은 활력과 패기에 넘쳐 긴장을 풀지 않고 열심히 한다. 하지만 2년 차는 다르다. 지난 1년의 성과에 우쭐해져 자만하거나, 기대에 계속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전년도의 성적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2년 차 증후군 내지 소포모어(sophomore) 징크스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 롱런 하는 정부가 될 것이냐, 말년에는 식물정권이 되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운명을 되풀이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요새 제1야당 수장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행가 가사처럼 신나서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안희정도 가고, 민병두도 가고, 정봉주도 가고, 김기식도 가고, 김경수도 가는 중이다.” 당사자들은 한 묶음으로 엮이는 게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사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국민들은 안희정 민병두 정봉주 미투 사건으로 개혁과 도덕성을 앞세웠던 진보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허약한지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 시절 외유 문제로 낙마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태는 문제가 더 깊다.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가는 건 관행이었다 쳐도, 의원 혼자서, 게다가 인턴직원까지 대동해 외유를 다녀왔으면서도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해명은 귀를 의심케 했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위법 여부를 선관위에 물어보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여당 한 중진 의원이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차라리 김기식을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보내는 게 나았다. 실세 부원장으로 금융개혁을 주도하게 한 뒤 어느 정도 자리 잡히고 나서 원장에 앉혔어야 기득권층의 저항이 덜했을 텐데.” 요새 청와대의 국정운영에선 이런 지혜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일명 드루킹 사건도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핵심동력은 국민여론, 이른바 촛불민심이다. 그런데 그 국민여론이라는 것이 순정부품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온라인 여론몰이의 대가로 대선 후 자리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하고 우직한 김경수를 이렇게 모질게 공격하다니” “드루킹은 외인부대처럼 활동한 온라인 선거브로커” 같은 여권의 항변도 완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권은 지금 그 이상을 봐야 한다. 드루킹 특검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 하다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6월 개헌’ 무산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지 않는가.

전 정권 외교부 고위 관료가 해준 얘기가 기억난다. “노무현 정부는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다 사달이 났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대낮에도 하이빔을 켠 채 도로 중앙을 달리고 있다”. 틈만 나면 최근 남북 대화국면의 공을 한미동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는 문 대통령을 빗대 한 말이다. 결국 반대 진영의 우려도 함께 담는 국정운영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집권 1년 차에는 선명한 목표 제시가 중요하다. 그런데 2년 차가 되면 국민들은 성과를 요구한다. 모든 정책에는 그림자가 있다. 정책 취지만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내 얘기가 아니다. 서두에 인용한 이 총리가 했던 얘기다. 그래야 평화, 정의, 공정, 격차완화, 적폐청산 등 이 정부의 ‘정체성’ 정책도 순항한다.

김영화 정치부장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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