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참된 권력분산 못 담아
내각제 유력한데도 국민 인식 못 미쳐
무엇보다 자만과 독선을 늘 경계해야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정부 출범 1년이 다가오는데 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청와대는 둔하게 대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가리키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이 그냥 자랑스러운 일일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높은 지지율은 보수 야당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정치적 진공 상황에서 나온 비정상적 쏠림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적이라는 정부의 업무능력이 별로 진보적이지 않은 건 왜일까? 무엇보다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에게 힘이 과도하게 쏠려 있고, 장관들은 그쪽만 쳐다보고 있는 구조가 문제다.

그럼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기만 하면 충분한가? 조금 차이가 있기는 있다. 대통령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고 또 국회에서 야권의 힘이 발휘되므로, 대통령을 그냥 ‘제왕적’이라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에게 극단적으로 힘이 쏠려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청와대 개헌안은 지방분권 등 몇몇 영역에서는 긍정적 제안들을 담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둔감해도 너무 둔감하다. 4년 연임만 하면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책임총리제’를 통해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어떤 총리도 실질적 권한은 없고 책임을 질 일도 없다.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고개를 크게 숙이는 겸손한 대통령은 왜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 문제에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까? 본인이 소탈하니, 권력 집중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그러나 권력자의 소탈한 태도나 착한 의지가 권력집중 및 그에 따른 폐해를 막아주진 못할 것이다. 그 둘은 서로 다르며, 따로 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권형 이원집정제가 해답일까?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돌아가고 또 총리와 대통령이 다른 당 출신일 수 있으니, 나은 면이 제법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분권이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야당이 승리하면 야당 총리가 나오지만, 여당이 승리하면 결국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볼 수 있듯이, 이원 집정제에서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게 모든 게 쏠릴 수 있다. ‘분권형’이라는 말이 실제로 분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투표율에 따라 의석을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점에서는 내각제가 분권에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사람들이 그것의 좋은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도 그것에 호의적이지 않다. 제도적으론 좋은데도,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벽이다.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검찰 권력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찰총장에게 모든 검사들이 복종하게 만든다. 그런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니, 대통령에게 권력이 이중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총장에게 쏠린 검찰조직 자체를 분산시키고 검찰총장도 선출직으로 바꾸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은 채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를 설치한들, 검찰을 조금 견제할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의 권력집중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십몇 년 동안 이 기구를 설치하는 데 검찰 개혁 논의가 집중되고 있고, 청와대도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다른 벽이다. 지방경찰도 중앙으로부터 독립되어야 마땅한데, 다행히 경찰 이원화는 청와대 개헌안에 들어 있다.

청와대는 개헌안에서 촛불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말하지만,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면서 직접민주주의에 호소하는 일은 착각일 수 있다. 국가기관을 동원한 댓글 조작과는 분명히 다른 일이지만, 이상한 조직들의 댓글 조작질이 위협으로 떠오르는 상황 아닌가. 어쩌면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있다는 자부심이 청와대로 하여금 대통령의 권력 집중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벽이다. 더욱이 참여연대 출신들이 정부에 많이 진출하자 청와대는 자신에게 쏠린 권력은 못 보고 마치 자신이 시민대표의 목소리까지 대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청와대와 참여연대 모두 상당한 자만에 빠져있다. 부디, 경계!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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