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이언맨부터 18편
국내 관람객 8400만명 달해
1020세대 때 처음 접한 관객들
굿즈 상품 구매도 아낌 없어
내일 개봉하는 ‘어벤져스3’
아이맥스관 암표까지 등장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신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우주 최강 악당 타노스에 맞선 슈퍼히어로 군단의 활약상을 그린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용암이 끓는 듯한 열기를 느낀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의 대대적인 공습을 앞둔 극장가 분위기를 지켜본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의 얘기다. ‘광풍’ ‘대란’ ‘역대급’ 같은 수식어도 뒤따른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마블 스튜디오가 슈퍼히어로 23명이 총출동하는 10주년 기념 신작 영화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지만,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온갖 수치가 증명한다. 개봉(25일) 이틀 전인 23일 오후 9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 93.4%, 예매 관객수는 83만명에 이른다. 영화표를 예매한 모든 관객이 ‘어벤져스3’만 선택한 셈이다. 이 숫자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서 개봉 전에 예매 관객수가 100만명에 육박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가 처음 공개되는 언론시사회를 개봉 전날 오후 늦은 시간에 여는 것을 두고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들려온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내부 갈등 끝에 캡틴 아메리카(왼쪽)와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둘로 쪼개진 어벤져스 군단이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에서 다시 뭉칠 수 있을까.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에 울고 웃는 한국 영화

전 세계가 마블 영화에 열광하지만, 한국 팬들의 애정은 더 각별하다. 2008년 ‘아이언맨’부터 올해 2월 설 연휴 개봉한 ‘블랙 팬서’까지 10년간 개봉한 마블 영화는 18편. 한국 총관객수는 8,410만6,069명에 달한다. 서울에서 촬영하고 한국 배우 수현이 출연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은 1,00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영화 시장 규모 1, 2위를 다투는 미국, 중국과 함께 한국은 마블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다. 마블 영화가 전세계에서 거둬들인 누적 수익 147억달러(약 16조원)에 한국 영화 팬이 기여한 몫이 적지 않다.

‘어벤져스3’는 그 기록 행진에 정점이 될 전망이다. 개봉일이 마침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문화가 있는 날’이다. 개봉일 최다관객 기록은 물론, 최다 스크린수, 최다 상영횟수 기록도 새로 작성할 가능성이 크다. 1,000만 돌파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관측과 동시에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4월은 극장가 비수기로 통하지만 마블 영화는 그 법칙도 무시한다. 4월 개봉한 ‘아이언맨’과 ‘아이언맨 2’(2010)는 각각 431만명과 449만명을 불러모았고, ‘어벤져스’(2012)는 707만명, ‘아이언맨3’(2013)는 900만명,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는 867만명을 동원했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어벤져스3’ 예매율만 보면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을 웃돈다”며 “흥행 기세가 6월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이어지면 그 파괴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흑인 슈퍼히어로 ‘블랙 팬서’.

극장가가 ‘어벤져스3’ 천하가 된 데는 한국 영화의 ‘마블 영화 대피령’도 한 가지 이유다. 이미 2년 전부터 올해 4~5월 한국 영화 라인업은 텅 비워진 상태다. 최근에는 1년에 2~3편씩 개봉하는 마블 영화 라인업에 맞춰 한국 영화 대진표가 짜이고 있다.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설 연휴엔 한국 영화를 본다’는 공식도 깨뜨리고 올해 설에 ‘블랙 팬서’가 흥행 1위에 올랐다”며 “해마다 개봉작 편수가 늘어나 생존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마블 영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에서나 보던 암표까지 등장했다. 아이맥스 영화관 좌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어벤져스3’는 영화 전체가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됐다. 극장들은 ‘아바타’(2009)가 3D영화 열풍을 가져왔듯, ‘어벤져스3’가 아이맥스 열풍을 불러일으킬 거라 기대하고 있다.

10대 청소년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흥행 좌우하는 대중적 마니아층 등장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변화한 관객층이 존재한다. 10~20대 때 마블 영화를 처음 접한 관객들이 10년이 흐른 지금 극장 주요 관객인 20~30대 관객층을 이루며 영화 흥행을 좌우하고 있다. 이들은 마블 영화나 DC 영화 같은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 1990년대 예술 영화 중심의 시네필처럼 마니아적 성향을 띠면서도 훨씬 대중적이다. 마블 영화를 수집하듯 소비하면서 마블 영화 세계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관련 굿즈 상품 구매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관객의 상업적 파괴력이 한층 커진 셈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프랜차이즈 영화를 집중 소비하는 대중적 마니아 관객층이 등장해 극장 관람 문화를 바꾸고 있다”며 “단순 오락거리가 아닌 엄연한 하나의 문화로서 마블 영화를 향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양적 세계관을 대변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염력, 시간 조작, 공간 이동 등 초능력을 갖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 불리는 세계관은 이 같은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마블 영화 시리즈는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 시리즈 같은 속편의 단순 나열과는 다르다.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제각각 활약하고, 때때로 떠나 있던 캐릭터가 귀환하며, 각 캐릭터가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거대한 서사를 형성한다. 영화 한 편이 그 자체로 다음 영화의 예고편 역할까지 한다. 에필로그로 붙는 쿠키영상은 핵심 연결고리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앞선 기술력, 액션 판타지 장르, 개성 있는 캐릭터와 함께 끊임없이 영화를 소비하도록 하는 세계관은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기본”이라며 “한국 영화도 산업적 기반이 튼튼해지려면 프랜차이즈 중심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MCU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2016)로 동양적 세계관을 흡수했고, 흑인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블랙 팬서’로 문화적 다양성을 넓혔다. 여성 슈퍼히어로 ‘캡틴 마블’도 내년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인 슈퍼히어로 아마데우스 조를 스크린에서 볼 날도 멀지 않았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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