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성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인터뷰

췌장암, 10~20% 밖에 수술 못해…수술해도 2년 이내 80% 재발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췌장 신경 내분비 종양으로 사망했다. 세계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침묵의 장기’인 간은 문제가 생겨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과 인접해 소화액과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췌담도질환’ 전문가 박준성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에게 췌담도암에 대해 들었다.

-췌장과 담도의 역할은 무엇인가.

“췌장은 각종 소화효소와 인슐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한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는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 가운데 단백질ㆍ지방ㆍ탄수화물의 소화를 돕는다. 인슐린 같은 호르몬은 혈당을 조절한다. 담도는 담즙을 운반하는 관을 말한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낭(쓸개)에 모여 농축됐다가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췌장 질환이 일반인에게 낯선데.

“췌장 질환은 크게 양성과 악성 질환으로 나뉜다. 양성 질환은 췌장염 같은 염증성 질환과 췌장 낭성 질환이 있다. 악성 질환은 췌장암이다. 이 가운데 췌장 낭성 질환은 건강검진이 많아지면서 진단이 늘고 있는데 전체 췌장 종양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 췌장 낭성 종양은 췌관 내 유두상 점액종, 장액 낭종, 점액 낭종과 고형가유두상 종양 등이 있다. 진단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이 가운데 췌관 내 유두상 점액종, 점액 낭종, 고형가유두상 종양은 악성으로 바뀔 수 있어 수술해야 한다. 그리고 췌장 내분비 종양은 증상에 따라 기능성과 비기능성으로 분류된다. 크기와 임상 증상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췌장암은 대부분 늦게 발견되기에 수술할 수 있는 경우가 10~20%에 불과하다. 수술해도 재발ㆍ전이가 많다. 2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80% 정도다.”

-췌장암을 조기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췌장이 뱃속 깊숙이 위치해 암이 상당히 악화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인접해 있어 암이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초기 진단에 주로 쓰이는 초음파검사 자체의 한계로 1~2㎝ 정도의 작은 암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증상이 나타나도 단순 소화불량으로 오해하기 쉽다. 허리 통증은 디스크 등으로 잘 오인해 췌장암 진단을 어렵게 한다.”

-그렇다면 주의해야 할 췌장암 증상을 꼽자면.

“췌장암의 대표적인 3대 증상은 황달, 통증, 체중 감소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몸무게가 급격히 줄거나 지속적인 허리 통증과 황달, 갑자기 당뇨병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평상시 혈당 조절이 잘 되던 당뇨병 환자가 이유 없이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췌장암인지 검사해야 한다.

황달은 환자의 50%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이다. 하지만 암이 담관을 막지 않고 췌장의 꼬리 쪽으로 자라면 황달이 없을 수도 있다. 췌장암은 다른 암보다 명치 부위나 등쪽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췌장 바로 뒤엔 많은 신경이 있어 암세포가 이곳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은 서 있으면 더 심해지고, 허리를 숙이거나 모로 누우면 덜 아파 새우잠을 자는 환자가 많다.”

-췌장암 치료는 어떻게 하나.

“수술, 항암 약물치료, 방사선치료를 한다. 췌장을 전부 잘라내는 수술이 가장 중요하다. 수술하면 12~25개월 정도 생존하고, 5년 생존율은 10~15% 정도다. 암 위치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췌장 머리부분에 생긴 암은 췌장 머리부분, 십이지장, 담낭, 하부 담도 및 주위 림프절 등을 함께 제거하는 ‘췌두부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한다. 체부와 미부에 생겼다면 ‘원위부 췌장절제술’을 한다. 췌장암은 크게 수술이 가능한 암, 주변 큰 혈관 등을 침범한 국소 진행성 암, 전이암 등으로 나뉜다. 국소 진행성암과 전이암은 항암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한다. 최근엔 새 항암 약물이 개발돼 임상에 쓰이면서 췌장암 치료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담도암 증상과 치료법은.

“담도 폐쇄로 인한 생긴 증상이 대부분이다. 좁아진 담도의 상부는 압력이 높아져 담도가 확장되고 혈중 빌리루빈 수치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황달, 황달뇨(소변이 진한 갈색), 피부 소양증이 생길 수 있다. 담즙이 배설되지 못해 흰 대변을 보기도 한다. 다른 암처럼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따라서 외과적 절제가 가능할 때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담도암은 주변 조직과 림프절 등으로 잘 전이돼 수술 불가능할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황달을 줄이기 위해 스텐트를 삽입한 뒤 항암 약물과 방사선 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췌담도암센터에서는 세계 최초로 약물 방출형 스텐드를 개발해 수술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에게 약물 방출형 스텐트를 넣어 치료 성적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췌담도암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나.

“췌장암은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해도 국소, 원격 재발이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췌담도암센터에서는 수술 후 국소 재발을 줄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수술 중 방사선 치료(IORT)’를 시행하고 있다. 수술 중 방사선 치료는 췌장암 수술을 하면서 국소 재발이 잘 되는 구역에 방사선 치료를 30~40분 정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수술 중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수술 후 특이 합병증 없이 퇴원 후에 모두 정상 생활하고 있다. 수술 중 방사선 치료는 예후가 나쁜 췌장암 환자에게 재발ㆍ전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다.

또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위한 여러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전임상 모델로 각광받는 ‘오가노이드모델’과 ‘환자유래이종이식모델’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 항암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모델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췌담도암 수술 후 빨리 회복하기 위한 영양 관리가 있나.

“균형 있는 영양섭취는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또 면역력을 높여 수술, 방사선, 항암제 치료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인다. 특히 수술 후 상처 및 체지방량을 회복하려면 환자에게 적정한 식사와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술 후 환자의 단백질 섭취는 저조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췌담도 수술 환자 맞춤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농업진흥청과 함께 식용곤충을 이용한 고단백 보조식품도 개발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박준성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0~15% 정도로 극히 위험한 질병이지만 새로운 항암 약물이 속속 개발되면서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박준성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팀이 췌장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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