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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주체ㆍ유지ㆍ보수 비용 등
시설 관리 매뉴얼 없는 상태
설치보다 효과 검증ㆍ준비 우선”
교육부 미세먼지 대책에 반발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교실에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달 초, 교육부가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2,200억원을 들여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학급마다 공기청정기 등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올해 우선 미세먼지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도로 인접 학교 등의 3만9,000곳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다는 일정표도 내놓았다. 어린 학생들이 미세먼지가 가득한 교실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환경단체들이 이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라고 아우성을 쳐도 부족할 것 같은데 도리어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 걸까.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미세먼지 나부터 줄이기 시민행동’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설치되는 공기정화장치는 불필요한 폐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일 뿐”이라며 “결국 세금 낭비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교육당국의 미세먼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이 가장 문제삼는 건 공기정화장치 그 자체가 아니라 설치 이후의 관리 주체와 유지, 보수비용 등이다. 현재 전국의 유치원ㆍ초등학교ㆍ특수학교 16만1,713학급 가운데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곳은 37.6%인 6만767학급. 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시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지현 에코맘코리아 사무처장은 “현재 공기청정기 순환장치가 설치된 학교들도 관리비용이나 소음, 불편함 등을 이유로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관리 매뉴얼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정화장치는 학교측이 직접 구입을 해서 사용하는 경우와 업체에서 임대를 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임대를 하는 경우에는 유지ㆍ보수까지 렌털업체가 관리를 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구입의 경우 학교 측이 유지ㆍ보수까지 모두 맡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설치된 것들이 대부분 구입이어서 가급적 임대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소량 설치의 경우 렌탈업체가 임대를 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기정화장치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설치 대수가 많지 않은 돌봄교실이나 중고등학교는 임대가 불가능해 구입을 계획하고 있다”며 “유지ㆍ비용은 각 학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지금까지처럼 필터 등이 제대로 교체되지 않으면서 공기질을 더욱 나쁘게 할 거라는 게 이들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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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노린 선심성 공약” 지적에
교육부 “운용하며 데이터 수집”

교실 내 공기청정기 등의 가동에 따른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채 일단 설치하고 보자 식으로 나서는 것도 문제다. 실제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11~12월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 35개 초등학교의 공기 질을 분석한 결과가 지금까지 이뤄진 분석의 전부다. 당시 공기정화장치를 교실 앞뒤로 2대 설치해 가장 큰 저감 효과를 보인 경우에도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30%를 넘지 않았다.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학교의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위해선 검토와 검증, 준비가 우선”이라며 “전면 설치는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민원인을 달래면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기오염지수가 높은 학교에 우선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면서 이 학교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제대로 측정해 데이터를 모으고 앞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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