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폐기'를 'dismantle'로 번역... 해체 암시

북한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폐기를 결정한 풍계리 핵발전소 예상도. 강준구 기자

정부가 23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전에 나온 선제적 조치인 데다, 여전히 사용 가능한 핵실험장을 자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결정했다는 점에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결정된 것에 대해 “북한이 회담 전에 자발적으로 그런 결정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국제 사회와 정부는 (이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가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이 나온 지 3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과 비교하면서다.

백 대변인은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듣고 있다”며 핵실험장이 노후화로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 폐기 선언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이 끝나고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3번 갱도는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보고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이 사용한 표현들에서 전향적 태도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결정서에 담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을 “The northern nuclear test ground of the DPRK will be dismantled to transparently guarantee the discontinuance of the nuclear test”로 번역해 보도했다.

이때 사용한 ‘dismantle’은 통상 폐기, 해체로 번역되며 사용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는 ‘불능화’(disablement)보다 진전된 뜻으로 해석된다. 2005년 9ㆍ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북한은 핵 폐기(dismantle) 대신 포기(abandon)라 표기하겠다고 주장했다.

핵 사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전원회의 분석자료에서 “국제 핵 레짐(규범)에서 ‘투명성 담보’라는 표현은 통상 사찰을 통한 검증을 의미한다”며 “핵실험장 사찰 시사는 북한의 핵무기화 기술수준 공개를 전제하는 것이므로 과감한 비핵화 의지로 해석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