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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76년 ‘도자기 명가’… 최근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며 ‘재기’ 고군분투

입력
2018.04.23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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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중국산ㆍ고가 유럽산에 도전

신사업 도전 불구 경영 악화 지속

감자 단행 후 옛 ‘행남사’로 개명

1999년 행남자기 관계자들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직영 판매장 오픈 행사를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1999년 행남자기 관계자들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직영 판매장 오픈 행사를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지난 2015년 11월, 70여년 도자기 제조 역사를 가진 행남자기 주인이 갑자기 바뀌었다. 창업주 고(故) 김창훈 회장의 뒤를 이어 행남자기를 경영해 오던 증손자 김유석 대표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주식 대부분(약 36%)을 약 200억원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대표 측은 “오랫동안 도자기 사업을 지속해 왔지만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행남자기는 한국도자기와 함께 국내 도자기 산업의 부흥을 이끈 1세대 도자기 업체다. 창업주 김 회장이 1942년 전남 목포에서 ‘행남사’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도자기 제품을 생산하며 약 60여년 간 국내 대표 도자기 업체 지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저가 중국산 도자기와 유럽산 고급 브랜드 도자기들의 협공을 받으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수입산 도자기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20% 안팎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60%까지 확대됐다.

행남자기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2001년 목포에 있던 생산시설 일부를 폐쇄했는데 이 과정에서 현지공장 인력 60여명이 일자리를 잃자,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해 ‘김 한장의 행복’이라는 브랜드의 조미김 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김 사업은 한때 행남자기 전체 매출의 1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 사업 같은 신사업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도자기 시장 때문에 행남자기는 예전의 전성기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2011년 536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2014년 423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격년 주기로 적자를 기록하며 불안정했다. 김 대표가 70년 역사의 가업을 포기하고 경영권을 외부에 매각한 이유다.

행남자기를 인수한 인터넷방송회사 ‘더미디어’는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하며 행남자기 재건을 꿈꿨다. 하지만 도자기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신사업 추진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행남자기 부흥의 꿈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주인이 바뀐 후 신사업 목적이 지속적으로 추가 되면서 회사 정관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공연기획 ▦반도체 제조 ▦테마파크 등 60여 개의 사업 목적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매각이 또 일어나고 회사 이름도 ‘행남생활건강’으로 바뀌면서 예전의 행남자기 모습은 점차 찾을 수 없게 됐다. 도자기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 후 행남자기가 여러 신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됐다”며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송사에도 휘말리면서 행남자기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행남자기 사명은 지난해 11월 행남자기로 되돌아왔다.

행남자기의 고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행남자기는 지난달 22일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주식 매매거래 정지’ 조치도 받았다. 행남자기가 관계기업의 손실을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행남자기는 누적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4일 90% 비율의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행남자기 주주들은 돈 한 푼 못 받고 보유 주식이 10분의 1로 줄어들게 되는 손해를 보게 됐다. 회사 손실이 고스란히 주주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감자 단행으로 행남자기 자본도 569억3,152만원에서 56억 9,31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행남자기의 최대주주는 회사 지분 12.65%를 보유한 ‘마크원인베스트먼트’다. 마크원인베스트먼트는 감자 단행 후 곧바로 회사 사명을 행남자기에서 ‘행남사’로 또 다시 변경했다. 대주주 측은 “사업 다각화 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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