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용도폐기 지적도

지난달 상업위성이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습. 3월 2일(왼쪽)에는 소규모 인원의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17일에는 인적이 끊겼다.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거쳐 21일 폐쇄하기로 발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는 지난 11년간 6차례 핵실험을 도맡아온 핵개발의 ‘총본산’과 같은 곳이다. 공고한 화강암 지대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조건 덕에 북한은 이곳에서 방사성 물질의 대외 누출을 최소화하면서 은밀하게 핵실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시설 노후와 지반 약화로 사실상 용도 폐기된 곳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풍계리에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지칭하는 북한식 표현은 ‘북부 핵시험장’이다. 중국 국경과는 불과 100㎞ 떨어져 있다. 유사시 한미 양국 군의 최우선 타격목표에 포함돼 있지만 반대로 중국도 이곳에 대한 군사행동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풍계리는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준령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은폐가 쉬운 데다 암반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으로 돼 있어 핵실험 과정에서 1억도 이상으로 치솟는 고온을 견딜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실험 장소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때문에 1ㆍ2차 핵실험을 제외한 3~6차 핵실험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개발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는 데 실패했다.

북한은 주로 만탑산 봉우리에서 700~800m 아래인 해발 1,400~1,500m 부근에 수평으로 갱도를 뚫어 여려 겹의 격벽을 쳐 놓고 핵실험을 해왔다. 갱도 안에는 낚시바늘 모양으로 빙 돌아가며 터널이 사방으로 가지처럼 뻗어있다. 핵실험에 따른 열과 폭풍,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다.

2006년 1차 핵실험은 만탑산 동쪽의 1번 갱도에서, 이후의 핵실험은 모두 서쪽의 2번 갱도와 그 주변 또는 2번 갱도에서 북쪽으로 연결된 파생갱도에서 이뤄졌다. 2013년경 남쪽에도 3번 갱도를 만들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1번 갱도는 핵실험 이후 폐쇄된 상태다. 2~6차 핵실험에 사용된 2번 갱도는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내부가 파괴됐다. 당시 국정원은 “풍계리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 8분 후 여진이 있었고, 후속 여진이 3차례나 발생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6차 핵실험의 충격으로 이후 올해까지 풍계리에서는 10여 차례 자연지진이 끊이지 않아 전반적인 핵실험장의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게 정보당국의 추정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