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송-수령인 정보 공개범위 규정
손해배상 규정도 처음 마련
‘정보=국가 소유’ 인식 깨는 첫발
이미지 출처 바이두

인터넷과 모바일이 일상화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는 가장 민감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 공동체 유지의 필수요건인 구성원 간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속성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아직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없지만 개별 법안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은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게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택배 잠정조례’다. 온라인 쇼핑의 발전에 따라 지난해 중국의 택배량은 400억6,000만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33.4배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42%에 달한다. 택배회사들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도 30.6%나 된다. 하지만 파손이나 배송 지연, 분실 등에 따른 각종 분쟁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특히 택배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지난 1월에는 한 대형 택배회사 직원이 인터넷 쇼핑몰 업체에 1억명 가까운 고객 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한 사건도 있었다.

택배조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발송인과 수령인의 개인정보 공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개인정보 유출시 처벌 규정을 신설한 부분이다. 발송인과 수령인 모두 이름ㆍ주소ㆍ연락처 이외의 개인정보는 기재가 금지된다. 또 택배업체나 배달원이 고객정보를 유출하거나 무단 사용하면 최대 10만위안(약 1,700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택배업체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수집했던 개인정보 범위를 제한함과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하면 당장은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잠정’조례라는 명칭에서 보듯 이 조례를 실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사실 중국에서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건 채 1년이 안된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인터넷 안전법에 처음으로 개인정보를 훔치거나 불법으로 획득ㆍ판매ㆍ제공할 경우 처벌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 법의 핵심은 인터넷 관련업체에 대한 공안기관의 통제에 있다. 인터넷 안전검사와 테러 방지 활동을 명분으로 기술 지원ㆍ협조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라는 점에서다.

지난달 25일 중국 정보기술(IT) 3대 공룡 중 하나로 꼽히는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중국인들은 개인정보와 온라인상 편의를 맞바꾸는 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누구보다 개인정보를 소중히 다뤄야 할 대기업 책임자의 인식 수준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줬다. 실제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단 3초만에 식별해내는 중국의 놀라운 인공지능(AI) 기술은 국가빅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아무 제약 없이 개인정보를 무한정 수집한 결과다.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택배조례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정보가 사실상 ‘국가’의 것으로 인식돼온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일상화한 택배와 관련해 ‘개인’이 자기 정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1세기 빅브라더’로 비판받는 중국에서 개인정보와 관련한 작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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