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스미스 페덱스 CEO

항공기 664대로 매일 1400만건

다음날 배송, 실시간 확인 차별화

안전하고 빠른 운송사 신뢰 얻어

“고객에게 감동 주려면 직원부터”

공정대우 프로그램 시행

CEO에게 잘못 시정 요청도 가능

미국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

자체 배송 서비스 착착 준비

‘악몽’같은 경쟁자 등장 변수로

프레드릭 스미스 페덱스 최고경영자. 페덱스 제공

“현실성이 떨어져요. C 학점입니다.”

1965년 미국 예일대를 다니던 프레드릭 스미스(74)가 제출한 경제학 수업 학기말 보고서를 본 교수의 평가는 냉정했다. ‘새로운 화물수송시스템, 허브와 자전거 바큇살’이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화물집결지(허브ㆍhub)에서 화물들을 재분류한 뒤 자전거 바큇살처럼 전역에 배송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교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두 지점 간의 최단거리 수송 방식을 최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미스는 “배송 건 별로 보면 비효율적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론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여겼다. 결국 그로부터 6년 뒤인 1971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페덱스를 설립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400만 달러와 투자받은 9,100만 달러로 소형 비행기 8대를 구매하며 항공화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류업계에서는 페덱스가 이미 항공화물 시장을 독식한 선발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져 곧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페덱스는 화물집결지를 중심으로 664대의 항공기와 17만대 이상의 차량이 오가며 매일 평균 1,400만건의 물건을 배송하는 물류 업체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전 세계 직원 수도 40만명에 달한다.

고객과의 신뢰가 성장 원동력

스미스는 1944년 미국 미시시피주 마크스에서 태어났다. 페덱스 본사가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남쪽으로 128㎞ 떨어진 곳이다. 그의 아버지는 버스 회사를 운영했다. 스미스가 네 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예일대 재학 당시 스미스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같이 어울렸다. 특히 존 케리와는 항공기 조종사의 꿈을 같이 키웠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뒤 돌아와 페덱스를 차린 스미스는 1973년 미국 멤피스로 자리를 옮긴 뒤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영업 첫날, 389명이 14대의 소형 항공기를 이용해 186개의 화물을 날랐다. 고객 신뢰가 중요한 배송업의 특성상 신생업체의 진입장벽은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했다. 운송비가 크게 늘면서 회사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됐다. 결국 회사 설립 후 2년간 1,34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스미스는 다른 배송업체와 차별화한 다음날 배송 시스템을 고수했다. ‘반드시 다음날 배달한다’는 원칙을 지키려 했다. 물건을 빨리 전달하거나 받길 원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페덱스는 어느새 ‘빠른 화물 운송’의 동의어처럼 여겨지게 됐다.

스미스의 이 같은 노력 끝에 페덱스는 시티뱅크ㆍ뱅크오브아메리카 등 30여개 투자사로부터 7,000만 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었다. 스미스는 투자금을 비행기와 배송트럭을 사고, 배송지를 늘리는 데 썼다. 페덱스는 1975년 하반기부터 흑자를 냈다. 1976년엔 36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977년 미국 항공법 변경으로 모든 항공 물류 회사에 대한 운항지 제한이 없어지자, 스미스는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의 작은 비행기 대신 대형 항공기인 보잉 727 10기를 구매해 배송량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1978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회사를 상장했다. 고객들이 자신이 의뢰한 화물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 ‘코스모스’를 자체 개발해 1979년에 도입했다. 다음날 배송 시스템과 코스모스 등 두 서비스를 통해 페덱스는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화물을 운송하는 기업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1981년에는 캐나다로 국제 배송도 시작했다. 창립 13년째인 1986년엔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겼다.

항공물류가 점차 활성화하면서 페덱스는 거침없이 성장해나갔다. 그러면서도 고객과의 신뢰를 중요시하는 본래 가치를 잃지 않았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도 이러한 기업 정신이 잘 드러난다. 영화에서 페덱스 직원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화물 비행기 추락으로 4년간 무인도에서 혼자 살다가 극적으로 구조된다.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약혼녀를 보면서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그는 무인도에서 뜯지 않았던 소포 배송 임무를 잊지 않는다. 주인 없는 빈집에 소포를 내려놓고서 척은 ‘이 택배가 저를 살렸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다. ‘고객과의 약속은 지킨다’는 생각이 긴 무인도 생활의 버팀목이 돼 줬다는 의미다.

항공배송 중인 페덱스의 비행기. 페덱스 제공
“고객 감동 주려면 직원부터 감동해야”

페덱스의 기업철학은 ‘사람(People)→서비스(Service)→이윤(Profit)’이다. 직원이 회사생활에 만족하면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가 좋아지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스미스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려면 직원부터 감동받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정대우 보장 프로그램(GFTP)이다. GFTP는 회사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은 필요한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잘못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높은 성과를 거뒀을 때 화물 수송기에 본인이나 자녀의 이름을 새기도록 해 애사심도 높인다.

무엇보다 누구나 성과만 내면 회사에서 최고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런 문화 덕에 지상 물류를 담당하는 페덱스 그라운드의 데이비드 레브홀츠 전 CEO는 1976년 밀워키 지점에 차를 닦고 물건을 나르는 계약직으로 입사해 그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페덱스 임원의 약 60%가 말단 직원부터 차근차근 승진한 사람들이다.

완벽한 고객서비스에 대한 집착이 현재의 페덱스를 만들었다. 스미스는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100명 중 99명이 만족한 기업은 100명 전원이 만족한 기업에 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고객은 2등 기업에게 애정을 베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서비스품질지수(SQI) 도입 등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완벽한 서비스 품질을 강조한 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게 충성고객을 확보하면서 회사비용까지 줄이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페덱스의 경영철학인 ‘1 대 10 대 100 법칙’은 이렇게 탄생했다. 불량이 발생했을 때 즉각 고치면 1의 비용이 들지만, 이를 무시하고 시장에서 서비스할 단계에서 바로 잡는데 10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의 불만이 제기된 뒤에는 수정하는데 100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고객이 느낄 수 있는 사소한 불편이나 요구사항도 사전에 점검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미스의 직원ㆍ고객 중심 경영은 그를 존경받는 CEO로 만들었다. 실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2014년 스미스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50인’ 가운데 26위로 꼽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그를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라 평가했다. 페덱스 역시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2001년부터 계속 상위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11위, 올해에는 9위를 기록했다.

아마존의 도전… 대응방안 주목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닷컴에 따르면 2015년 1조5,480억 달러였던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4조58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변수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는 미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자체배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아마존은 로스앤젤레스부터 자체배송을 시작해 올해 안에 미국 전역의 다른 도시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2016년에는 보잉 767기 40대와 컨테이너를 싣는 트레일러 트럭 4,000대를 구입했다. 지난해에만 26개의 물류센터를 신설했다. 블룸버그는 “아마존의 자체배송은 페덱스엔 악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 학점을 받았던 아이디어와 소형 항공기 8대로 창업해 ‘물류 왕국’을 일군 스미스가 인공지능(AI)ㆍ자율주행차 등장과 같은 급격한 변화의 바람과 강력한 도전자의 출현에 어떤 혜안을 내놓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