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생 디아스카넬 의장 인준
대미 화해 정책 이어질 진 미지수
라울 2021년까지 당 1서기직 유지
18일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추대된 미겔 디아스 카넬(오른쪽) 쿠바 수석 부의장이 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함께 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아바나=AP 연합뉴스

59년 동안 계속됐던 쿠바의 카스트로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쿠바 국회에 해당하는 인민권력국가회의는 18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 후계자로 단독 추대한 미겔 디아스카넬(57)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을 인준했다. 형 피델 카스트로(1959~2008년 재임ㆍ2016년 사망) 자리를 이어받았던 라울 카스트로가 퇴장함에 따라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 후 쿠바에서는 처음으로 ‘카스트로’라는 성(姓)을 쓰지 않는 지도자가 탄생했다. 1960년생인 신임 디아스카넬 의장의 등장은 ‘혁명 후 세대’의 집권을 의미한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디아스카넬 의장은 1993년 공산당에 입당한 뒤 2003년 최연소 공산당 정치국 위원,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 2013년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을 역임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다. 지나친 야심을 보이다가 카스트로 형제에게 숙청당한 다른 인물들과 달리 조용하고 신중한 행보로 라울 전 의장을 보좌한 끝에 자연스럽게 권력을 물려 받았다. 외신들은 그가 라울 전 의장이 물꼬를 텄던 쿠바의 개혁ㆍ개방 정책을 제한적으로 계승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디아스카넬 의장은 로큰롤 음악을 좋아하고 성 소수자 권리 옹호를 주장하는 등 상대적으로 개방적 성향을 지닌 지도자로 평가된다. 2003년 올긴주 당 위원회 1서기로 재직할 당시에는 체 게바라가 그려진 낡은 셔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는 등 소탈한 풍모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개혁적 면모도 있지만, 라울 전 의장이 이룬 가장 큰 성과인 대미 화해 무드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기조로 돌아선데다, 디아스카넬 의장 역시 대미 화해 정책에 회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인터넷을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위협”이라고 발언하는 등 표현의 자유 신장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사회주의 이데올로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쿠바의 새 지도자가 무상의료 및 무상교육 등 쿠바혁명의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민간분야 일자리 확대, 외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 및 인프라 확장 등 시장주의적 개혁ㆍ개방 정책 등 두 가지 숙제를 모두 풀어야 하는 줄타기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히 복무할 것을 요구하는 ‘혁명 1세대’와 대립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주의적 개혁을 희망하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동시에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대 우방인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로 석유제품 공급을 크게 줄이는 등 대외요건도 좋지 않다. 그의 영향력 행사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라울 카스트로가 의장직에서 물러났기는 했지만 2021년까지 공산당 1서기직을 유지할 방침이라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