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준비 순조로워
종전선언 등 상징적 합의도 낙관적
비핵화 이행 등 구체적 방안 중요해

남북 정상회담이 꼭 1주일 앞이다. 활짝 핀 벚꽃 위에 눈을 뿌릴 정도로 악착같던 꽃샘추위가 물러났듯, 숱한 우려가 사라진 자리에 성공적 회담을 알리는 봄바람이 따뜻하다.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만남과 악수를 비롯한 정상회담 주요 장면을 생중계한다는 합의까지 이뤄졌다.

미국과 북한, 중국 등지에서 날아드는 소식도 한반도 정세의 맹춘(孟春)을 확인시킨다. 18일 발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는 “혁명 발전의 중대한 역사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를 토의 결정하기 위한” 중앙위 전원회의가 20일 열린다고 알렸다. 앞서 9일의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7일의 남북 정상회담과 그 뒤의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는 소식에 이은 것으로 핵심 정책노선의 변경 예고라 볼 만하다. 김정은 정권의 ‘핵 무력과 경제건설 병진 노선’을 결정한 게 2013년 3월의 전원회의였다. 바로 이 점에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및 평화체제에 걸맞은 정책변화를 위한 북의 내부 절차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이던 중국 변수도 안정 상태다. 북중 관계의 회복 추세는 뚜렷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 열전(熱戰)으로 치닫는 대신 ‘제한 전쟁’으로 물굽이를 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는, 대북 제재의 ‘뒷문’은 당분간 열리기 어렵다. 그만큼 북의 대화 자세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을 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언급은 더욱 확실한 안전판이다. 그는 1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이틀째 정상회담을 가진 뒤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몇 주 뒤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해 김정은과 만날 것이며, 이는 북한과 세계에 굉장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방북 및 김정은 면담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남북한이 종전(終戰)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정치적 상징성이 만만찮은 남북의 ‘종전 선언’ 논의를 확고히 지지할 정도로 북미 사이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 논의가 순조롭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움직임에 비추어 27일의 남북 정상회담은 일단 성공을 예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핵화 및 평화체제 논의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의 사전 협의가 순탄하다니 더욱 그렇다. 따라서 남북 간 논의가 활발한 ‘종전’은 물론이고, 비핵화 및 평화체제,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완전한 무장해제나 남북 군비통제 등 후속 군사긴장 완화 조치의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합의는 낙관적이다. 비핵화는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선대의 유훈”임을 강조했고, 평화체제도 그 출발점인 남북의 종전 선언 협의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축복’을 더하는 순간 기본 틀은 이미 마련됐다.

문제는 북미 회담의 징검다리 내지는 디딤돌 역할을 할 남북 정상회담이 이 정도의 선언적 합의에 그칠 수 없다는 점이다. ‘선대의 유훈’은 얼마든지 옆으로 떠밀릴 수 있고, 이에 맞물린 평화체제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길게 잡더라도 2020년 11월의 미국 대선 이전을 시한으로 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 이행의 밑그림에 합의해야 남북 정상회담이 진정한 성공에 이를 수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강조해 온 ‘안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방식(CVID)’의 비핵화 로드맵 완성은 북미에 달렸지만, 최소한 그것이 미국의 우선 관심사인 중ㆍ장거리 핵미사일에 국한되지 않도록 남북 정상이 밑그림은 그려야 한다. 북이 평화체제에 덧붙여 요구할 반대급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벼이 여기기 쉬운 이런 ‘기술적 문제’에 정상회담의 성패가 달렸다.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1주일 동안 단단히 매달려야 한다. 대신 국민은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는 과도한 남북화해 기대를 접어두어도 좋겠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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