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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은 “가계부채, 고소득층도 하우스푸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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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은 “가계부채, 고소득층도 하우스푸어 위험”

입력
2018.04.19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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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환력 높다는 정부 낙관 비판

#2

“빚으로 집 사들인 고소득층

소비 여력 갈수록 줄어

집값 떨어지면 하우스푸어 양산

주택가격 문제가 양날의 칼”

가계 빚. 게티이미지뱅크
가계 빚.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상환능력이 양호한 소득 상위 40% 계층의 비중이 전체의 70%나 된다. 주택담보대출 위주여서 가계부채 부실화나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지난해 말 1,450조원선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에도 정부가 느긋한 이유다. 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빚을 지고 있고 담보도 뒷받침된 만큼 이들이 원리금을 못 갚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고소득층 주택 대출에 집중된 지금의 가계부채 구조가 오히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한국은행 발행 보고서를 통해 제기됐다.

18일 한은의 ‘계간 경제분석’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의 고소득층 집중 현상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박기영 연세대 교수와 김수현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001~2015년 한국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 가구가 진 빚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24.1%에서 2015년 33.3%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 가구의 부채 비중은 22.6%에서 10.9%로 감소했다. 두 사람은 논문에서 “고소득 계층은 부채가 크게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소득별 가계부채 분포가 더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가계빚을 내는 목적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계소득별로 부채와 부동산, 소비 변화 등을 통계적으로 살폈더니 고소득층은 집을 사기 위해, 저소득층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각각 돈을 빌리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고소득층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빚이 많아질수록 소비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고소득층이 지출을 줄이면서까지 부채를 이용해 부동산 또는 주택에 투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이 공격적으로 빚을 끌어들여 집을 사들이면서 전체 부동산 자산 중 상위 20% 가구의 보유 비중은 2001년 19.6%에서 2014년 39.0%로 늘었다. 반면 하위 20%의 보유율은 15.8%에서 7.7%로 반토막 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과정에서 부의 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측면에서 지니계수(0~1,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높음)는 2001년 0.36에서 2014년 0.31로, 90/10 비율(상위 10% 소득을 나머지 90% 소득으로 나눈 값)은 5.90에서 4.47로 개선됐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통념과 어긋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연구진은 집값을 지목했다. 상위 20% 가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67%를 차지하는 주택의 가격이 2008년 이후 수년 간 하락하며 고소득층의 자산 가치와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게 불평등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8년 기준(100) 2014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98.1, 경기 지역은 95.2로 하락했다.

문제는 집값이 한국 사회에서 양날의 검이란 데에 있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가 양산되고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집값 상승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는 최근 상황이 그렇다. 특히 고소득층이 유동성 악화로 부동산 집단 처분에 나선다면 자산가격 폭락이란 경제 전반의 초대형 악재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반대로 집값이 오른다면 부동산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과 그렇지 못한 저소득층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이 빚을 지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는 큰 위협이 아니란 주장은 여러 면에서 의구심을 일으킨다”며 “당국은 가계부채의 복합적 상황을 고려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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