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의지를 명문화하고,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비무장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은 여전히 비핵화 진전여부에 꽂혀 있는 듯하다. 아마도 비핵화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평화정착이나 남북관계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전세계인의 시선이 쏠려 있는 회담이라 비핵화 논의도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비핵화 의지는 밝혔기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보다 진전된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과연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해 보인다.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핵국가로서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아 왔다. 그래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평화협정이 아닌 핵억지력만이 체제안전이 보장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 위원장이 이런 기존 입장에서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북한은 이전과 달리 비핵화와 평화 의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긴밀하게 협력하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핵포기 가능성에 대한 감을 보다 분명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곧바로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진전에 대한 가능성이 낮게 전망된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김 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낙관론에 귀를 기울여도 될 듯하다. 그의 비핵화 의지를 허위나 속임수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전쟁이라는 수단밖에 선택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에 부닥치게 된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북한은 하루빨리 제재의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북한이다. 핵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를 하면 할수록 제재에 따른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경제)강성국가 건설 비전을 내걸고 나름대로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는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핵보유에 따른 최강의 제재는 그의 비전과 전략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의 비핵화는 조건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는 한국, 미국,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에게 핵문제에 대한 타협적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전 CIA 국장)까지 평양에 불러들여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북한은 미국에게 대북제재와 압박 중단, 평화협정, 북미관계정상화, 군사위협해소 등을 포함한 체제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핵을 폐기(CVID)하도록 견인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비슷한 수준의 체제안전 보장(CVIG)을 해줘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북한의 핵포기는 미국이 얼마나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고 평화공존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잘 활용해 스스로도 전략적 결단을 내려준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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