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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영국 왕실 가족 돼도… 미국 국세청 추적은 못 벗어난다

입력
2018.04.18 16:5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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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포기 안하면 세금 내야

영국 해리 왕자와 약혼녀 메건 마클(오른쪽)이 지난해 11월 런던 켄싱턴궁에서 취재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와 약혼녀 메건 마클(오른쪽)이 지난해 11월 런던 켄싱턴궁에서 취재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미국 시민권자는 미국에 살지 않더라도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다음달 영국 해리 왕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미국 국적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도 예외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의하세요, 메건 마클! 연방국세청(IRS)이 보고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마클이 당면할 세금 문제를 다뤘다. 해리 왕자와 결혼하더라도 바로 영국 시민권이 나오는 게 아니어서 마클이 당분간은 이 문제로 골치가 아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마클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티아라, 다이아몬드 팔찌 등을 빌려주거나 선물하면 IRS에 보고해야 한다. 해리 왕자가 살고 있는 켄싱턴궁 내 공간을 무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잔고가 1만 달러(약 1,000만원) 이상인 해리 왕자의 은행 계좌와 연결된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면 이 계좌 역시 IRS 보고 대상이다. WSJ은 “티아라를 쓰고, 궁에 사는 것 자체가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지만, 보고를 적절히 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역외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에 따라 해외에 거주하는 미 시민권자에 대한 감시는 보다 강화됐다. FATCA에 따르면 5만 달러 이상이 든 해외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인은 계좌 정보를 IRS에 신고해야 한다. 불만도 나온다. 세금 전문 변호사인 필립 호드겐은 “외국에 사는 미국인을 무고함이 밝혀지기 전까지 죄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라며 “미국 세금법은 호주에 있는 미국인 노동자의 퇴직금 계좌와 역외 탈세자가 설정한 해외 신탁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국적을 아예 포기하는 미국인도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12년 932명이었던 미 시민권 포기자 수는 계속 증가해 2016년 5,411명까지 늘어났다. 또 다른 세금 전문 변호사인 앤드류 미첼은 “세금 문제로 시민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미국 국적을 포기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전형적인 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던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존슨은 5살 이후 줄곧 영국에서 살았지만 시민권 때문에 미국에 세금을 내야 했다. 특히 2014년 런던 북부에 있는 집을 팔았을 때 미국 정부가 5만 달러(5,340만원)의 세금을 매긴 것에 격분해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WSJ “다시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포기하는 데에도 비용이 든다”며 “2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이 있는 사람을 시민권을 포기할 때에도 국적포기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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