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정책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련 쟁점을 최대한 나열하고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는 점에서, 또한 대입정책 결정 과정이 정치적 과정임을 자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교육부의 이러한 시도가 더 큰 혼란이 아니라 우리 대입정책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도록 하려면 국가교육회의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하며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를 가동시켜야 한다.

우선 위원 구성의 다양성 확보이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 각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라는 절차적 합리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위원들 성향의 다양성 확보라는 ‘내용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원회에 교직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권고안 확정ㆍ발표까지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며 고충을 국민과 공유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8월까지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모든 쟁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쟁점별 우선순위를 정해 토론회와 정책 입안을 역동적으로 함께 추진해가되,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의제는 내년까지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천명하고 준비해갈 필요가 있다. 시간의 촉박성을 감안할 때 국민토론을 투 트랙으로 실시하는 방법도 있겠다. 6월부터 실시되는 공론화위원회 주도의 토론회와는 별도로 이미 교육부가 열거한 쟁점에 대한 대국민토론회를 지금부터 병행하는 것이다. 방송사와 신문사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국가교육회의가 후원하는 국민토론회에 특별위원들도 동참하여 쟁점별 토론을 이어가면 국민들의 공감대 확산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대입정책 자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와 사회의 상황이 대입이라는 벽에 비쳐 나타난 그림자를 구분하는 접근도 중요하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학과) 정원이 정해져 있는 상황, 특정 대학 합격이 가져오는 경제적ㆍ사회심리적 보상이 과도하게 큰 상황,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극단적 실력주의사회가 진행되는 상황 하에서는 대입경쟁, 학생들의 공부 부담, 그리고 사교육비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대입정책을 만들기는 어렵다.

국가교육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교육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사회수석을 포함시킨 이유는 대입정책처럼 교육정책만 가지고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급한 전형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하는 특별위원회와 별도로 범사회적 문제로서의 대입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중장기 범정부적ㆍ범사회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근본적인 논의도 함께 시작해가기를 기대한다.

대입정책 설계 결과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개인과 집단이 발생함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안이 만들어지더라도 이익 보는 집단의 이익환수책, 손해 보는 집단을 위한 보완책을 만들고 이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대입정책 설계 시 정책의 영향을 받는 학교와 교사의 여건, 갑작스런 정책 전환에 따른 학교와 학원의 대응력 차이 등 현실적 여건 차이도 감안해야 하고, 정책의 영향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교사, 학원의 대응 행동도 예측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과정을 통해 안이 만들어지면 큰 줄기는 입법화 과정을 통해 제도화하길 기대한다. 여야가 합의하여 법으로 통과시키면 정권이 바뀌어도 이를 존중할 것이다. 현재는 모든 것을 시행령에 위임하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구미에 맞게 대입정책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가주도적 대입정책은 대학의 자율성과 충돌한다. 사회적 요구와 대학의 자율성을 조화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개별대학의 대입정책에 관여하는 것이 타당할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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