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남 ‘엘렉트라’서 전사役
“정의란 무엇인지 질문 던져”
배우 장영남이 게릴라 전사인 '엘렉트라'로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주로 강렬한 역할을 맡아 왔던 그는 "실제로는 세게 굴지 않는다"며 "평상시에 그렇게 못했던 걸 연기를 통해 풀어 내는 게 시원하고 재미있다"며 웃었다. 류효진 기자

“게릴라 전사라는 역할 때문에 최근에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 주위에서도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요(웃음).”

‘진짜 총’을 들고 연기 하는 건 배우 인생 처음이다. 전투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를 챙겨보며 전사 역할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배우 장영남(45)의 머리 속은 온통 ‘연극’과 ‘연기’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이달 26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엘렉트라’에서 주연을 맡은 그를 최근 서울 소공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극은 7년 만이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 배우들의 조언도 어느 때보다 흡수가 잘 되고 있다며 연신 웃음 짓는 그는 정말 신나 보였다. 방송과 영화를 잠시 쉬고 오롯이 연극에 집중하고 있다. 장영남은 “아직 공연 시작도 안 했는데 공연 기간이 9일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벌써 아쉽다”고 말했다.

‘엘렉트라’ 연습 초기엔 악몽을 꿀 만큼 심적 부담감이 심했다. “연극을 떠나 있었던 7년이라는 세월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작업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을 수도 있고, 제 연기 호흡이 달라졌을 수도 있어서 설렘과 동시에 초반엔 살이 떨리도록 긴장이 됐어요.”

22세에 극단 목화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장영남은 2000년대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옮기기 전 이미 대학로에서 이름 날리던 배우였다. 연극 무대는 그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다. 금세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오후 2~10시까지 이어지는 연습시간이 고되기도 하지만 제가 이 시간들을 그리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촬영이 끝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로 아쉬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연극 연습을 하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더 좋아지는 시간적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고연옥 극작가가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 대한 복수로 엘렉트라가 동생을 시켜 어머니와 어미니의 정부를 죽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번 작품은 정부군에 대항하는 게릴라들의 리더 엘렉트라가 아버지를 죽게 한 어머니를 인질로 붙잡아 가두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성이 중심이 된 극이라는 점이 장영남을 끌어당겼다. 그는 “요즘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작품이 귀하다”며 “특히 방송에서 치고 빠지는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스스로를 다잡고 재정비하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향 같은 연극 무대지만 7년 만의 복귀는 장영남에게도 부담감이었다. 그는 '엘렉트라' 연습 초기 악몽을 꿀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장영남은 ‘엘렉트라’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됐어요. 그에 대한 죄의식도 있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이에요. 모든 인간은 자기가 하는 일을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행하지만, 그게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 관객들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지 않을까요. 이 사람을 얼마만큼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지가 제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스케줄 조정이 쉽지 않아 그 동안 연극 무대에 자주 오르지 못했지만, 연극계에서는 장영남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왔다. ‘엘렉트라’도 한태숙 연출가가 장영남에게 출연을 제의했다. 장영남 역시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심리극 등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연극이 많다고 했다.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에도 다시 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에게 연극 무대는 “새가 갓 태어나서 눈도 제대로 못 뜰 때 품어주던 둥지 같은 곳”이다.

엘렉트라의 복수 대상인 어머니 역할은 배우 서이숙이 맡는다. 배우 예수정, 이남희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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