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국 전셋값 9년만에 하락

“앞으로 2, 3년간 시세 안정될 것”

지난달 임대 등록자 3만5000명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전세 물건이 100가구도 넘게 나와 있지만 문의는 많지 않다. 최근 몇 주 새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빠졌지만 여전히 거래는 되지 않고 있어 입주 후에도 공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T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8일 ‘아크로리버뷰’(총 595가구) 전세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6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는 전 가구가 한강조망권을 누릴 수 있고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도 가까워 지난 2016년 분양 당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306.6대1이나 된 곳이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지난달초만 해도 14억~15억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11억~12억원으로 떨어졌다.

전세 공급 증가로 인한 ‘세입자 품귀 현상’으로 서울 강남권 입주 아파트에 비상이 걸렸다. 전세금을 받아 아파트 잔금을 충당하려 했던 투자자는 예상과 달리 전셋값을 수억원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총 416가구)도 아크로리버뷰와 사정이 비슷하다. 전용면적 84㎡ 전세 물건이 종전 시세인 12억~13억원에서 4억원 가까이 떨어진 9억원 선에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전셋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동 W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금으로 잔금을 채우려던 일부 ‘갭투자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잔금 납부 기한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연체 이자를 내야 해 ‘잔금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할 때엔 전세 물량이 늘어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2008년 ‘리센츠’와 ‘파크리오’, ‘엘스’ 등 잠실에만 1만8,000여가구가 한꺼번에 공급됐을 당시에도 8개월 동안(2008년 5월~2009년 1월) 송파구 전세금은 14.54%나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엔 경기 수도권과 서울 지역 전세 물량 적체가 심화된 가운데 부동산 투자 열기도 잠잠해지면서 입주 아파트 전셋값 하락폭이 더 커졌다.

실제로 이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KB부동산시장 리뷰' 보고서도 3월 전국 주택 전세가격이 전월 대비 0.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이 떨어진 것은 2009년 3월 이후 9년 만이다. 신규 입주 물량이 늘면서 전세수요 대비 공급이 급증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전셋값이 하락하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내림세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9.3%로 2015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70%대를 밑돌았고 지난달엔 68.7%로 이보다 더 떨어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권 전세 시세 하락은 강남권과 인근 지역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향후 2,3년간 전세 시세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이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 늘면서 지난달엔 총 3만5,006명이 새롭게 임대주택사업자(개인)로 등록했다. 역대 최고치이자, 지난해 3월 등록 임대사업자(4,363명)보다 8배나 많은 규모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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